[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소비자단체가 장바구니 물가 인상에 대한 대형마트의 마진율을 분석해 발표했다.

비록 물류비와 판매비 등 세부사항까지 고려한 분석은 아니지만 일명 ‘수퍼갑 중의 갑’으로 군림하는 대형마트에 대해 소비자단체가 감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2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 중 출고가격 확인이 가능한 13개 품목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제조사의 유통마진을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방식은 판매가격에서 출고가를 빼는 방식으로 단순화했다.

내용에 따르면 밀가루의 경우 제조사 출고가격 평균이 737원인 데 비해 판매가 평균은 1355원을 나타내 유통마진율이 45.6%에 달했다. 설탕 역시 유통마진율이 46.5%에 달해 13개 품목 중에서도 높은 마진율을 기록했다. 밀가루는 CJ제일제당·곰표·삼양밀맥스(큐원)의 제품을, 설탕은 CJ제일제당·대한제당·삼양사(큐원) 등의 제품 가격을 분석했다.

식용유는 마진율이 51.6%, 맛김은 67.5%로 13개 품목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는 CJ와 사조해표, CJ씨푸드와 동원F&B 등이다.

라면은 농심의 신라면이 마진율 9.4%, 스낵류 새우깡은 9.9%로 가장 낮은 편에 들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36.1%, 우유는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제품이 33.1%의 평균 마진율을 보였다. 이밖에 분유 24.7%, 어묵은 39.0%, 오렌지주스 41.6%, 콜라(코카콜라) 25.5%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얻어지는 이익을 대형마트와 제조업체에 귀속되는 비율로 계산할 때 콜라를 제외한 12개 품목에서 대형마트의 몫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평균 귀속비율은 대형마트가 65.6%, 제조업체는 34.4%다. 제품을 판매해 100원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대형마트가 65원을, 제조업체는 35원가량을 가져가는 셈이다.

2012년과 2013년 가격 변동에 대한 분석에서도 대형마트는 제조사 농심이 출고가를 전혀 올리지 않았지만 스낵 판매가를 6.6% 인상했다. 오렌지주스는 출고가가 7.1%나 떨어졌지만 판매가는 오히려 1.6% 올랐다. 제조사의 출고가가 오른 경우에는 더 높은 폭으로 판매가를 조정했다. 초코파이의 출고가가 11.1% 오르는 사이, 판매가는 16.9% 인상됐다. 분유의 출고가가 2.3% 오르자 판매가는 5%를 올리는 식이다. 설탕의 경우 출고가가 12.9% 떨어지자 단 4.2%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든지 대형마트는 변동폭을 조정해 자사의 유통마진율을 높여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표 3사는 하나로클럽과 킴스클럽 등 다른 곳에 비해서 높은 마진율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04년까지 제조사의 이익률이 더 높았던 데 비해 2005년부터는 대형마트 측의 이익률이 제조사 이익률을 웃돌았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3사의 매장 수가 2005년 총 157개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급속히 늘었다. 2013년 3분기까지 388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대해 발제로 나선 물가감시센터 김정훈 회계사는 “유통의 규모화를 앞세운 대형마트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제조사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대형마트 점포수가 통계청의 적정 수준을 넘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며 “질적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대형마트가 수익성 보존을 위해 이처럼 제품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분석 자체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유통구조를 본격 분석한 첫걸음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 이마트 등 대형 3사가 온라인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온라인까지 해당사들이 장악한다면 독점체계를 이용해 과다한 유통마진을 누리는 현상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규모 구매력과 독점적 지위를 내세운 대형마트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안 교수는 “대형화를 통해 가격을 줄일 수 있음에도, 실제 대형마트가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마트 간, 또는 다른 유통채널과의 경쟁체제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혁 기획재정부 물가구조팀 사무관은 “대형마트의 유통 독과점 문제에 대해 정부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온라인 확장, 무경쟁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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