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금융가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금융권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면서 어느 때보다 매서운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카드·보험업계에선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고,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을 통해 군살 빼기에 나섰다. 이처럼 금융권에선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한화투자증권은 당초 최대 450명의 인원을 줄일 계획이었으나, 감축 규모를 25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대리급 이상 직원들의 임금을 20% 삭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리해고자 비율을 줄이기 위해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투자자가 점포를 직접 찾아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면서 효율적인 지점 운영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각각 지점 10곳, 7곳을 통합한다. 대신증권도 연말까지 7개 점포를 추가 축소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62개 증권사를 비롯해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금융권에 점포 증감현황과 점포 구조조정 계획, 직원 채용 현황, 명예퇴직 등 직원 구조조정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부실 증권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실태 파악에 대해 금감원은 정례적인 조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추진 중인 부실 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전초작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여의도 증권가를 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내년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해당 대상자 200명 중 1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과 수협은행도 각각 200여 명과 2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희망퇴직을 원할 경우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내년 초 영업점 55곳을 통폐합키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내년 1분기 중 5개 점포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카드·보험업계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업계 1위도 예외는 아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최근 2010년 이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00~150명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는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직개편도 실시할 방침이다.

생명보험업계의 선두주자인 삼성생명은 지난달부터 ‘전직(轉職)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보험대리점을 차리고 컨설턴트 교육 강사, 텔레마케팅 지점 컨설턴트가 되고자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자금과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사실상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나생명과 한화손해보험도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각각 50여 명, 65명을 퇴직시켰다. 외국계 보험사 중에서는 알리안츠생명이 2003년 이후 10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삼성화재도 지난달 ‘창업지원 휴직’ 신청을 받았다. 이는 창업지원 대상이 되면 회사로부터 일정액의 창업지원금을 받고, 1년이나 2년 내에 창업을 시도해 정착하면 퇴직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복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금융권의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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