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유신시대의 망령’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 말이 나오더니만 민간단체에서도 스스럼없이 뱉어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국정원 댓글 의혹에 이어, 작년 총선과 대선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작업을 했다는 의혹 등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유신 망령의 부활’을 연상케 한다며 여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통합진보당에서도 정부의 정당해산 제소와 관련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유신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10월 유신 100만 불 수출 1000불 소득’이라는 구호가 방방곡곡에 휘날렸던 유신시대는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암흑기였음은 그 시대를 살아온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독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의 아픔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 들추어지는 관련 재판의 결과에서도 그 반(反)민주적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유신의 소산인 ‘긴급조치 1·2·9호’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후, 피해 관련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검찰 발표에 의하면 처벌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은 총 172건(당사자는 3264명)으로 소송가액이 3090억 원에 이르고 있고, 배상금에 대한 40여 년의 이자 청구액까지 감안하면 대략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며칠 전 서울고등법원은 유신시대에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 유족 14명에게 “국가가 11억 2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역사의 경험이나 그런 개별사건에서 보듯이 유신시대에서 국민은 국가권력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피해당사자들과 유족들의 고통은 엄청났다. 한마디로 입에 올리거나 되돌아보기조차 싫은 과거사인데, 정치권과 민간단체에서는 스스럼없이 그 말을 끄집어내면서 유신시대가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독재를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압제하고 국민에게 불행을 안겼던 ‘유신시대’의 망령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설 자리가 없음에도 어느 세력들이 유신 망령을 들추며 불안정국을 몰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현 정부가 유신시대로 회기하려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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