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자력본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신고리 1, 2호기. 오른쪽이 신고리 1호기 (사진출처: 뉴시스)

저렴한 전기료에 겨울 전력수요 증가, 원전 가동 중단도 잇따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올겨울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전력 당국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첫눈이 내린 이날 전력사용량은 전주 대비 약 300만㎾ 증가했다. 이날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0도, 낮 최고기온도 4도에 머무르는 등 전국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5분 공급예비력은 542만㎾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력수급경보가 발령되는 500만㎾대에 근접한 수치로, 이 때 운영예비율은 7.94%에 그쳤다.

기상청은 최근 ‘3개월 기상 전망’을 통해 올겨울 추위는 더 빨리, 더 혹독하게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11월 말까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등 기온 변동 폭이 크고, 12월 중순에도 평년(영하 3~영상 5도)보다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때 이른 추위에 난방용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영하의 날씨가 예고되면서 지난 주말 동안 전기매트와 온풍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 28% 늘었다.

난방용품 사용이 늘면서 2009년 이후 최대 전력 소비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나타나고 있다. 0도에서 1도 내려갈 때마다 73만㎾, 즉 월성 원전 1기 발전량만큼의 전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1월 3일 발생, 7652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렇듯 겨울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력수급 대책 방안 중 하나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예정이다. 전기료 인상을 통해 전환수요 발생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조만간 당정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 인상률을 조율할 계획으로, 인상률은 4%대로 알려졌다.

특히 잇따른 원전 비리 사건으로 예정 없이 가동을 중단하는 원전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겨울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23개 원전 중 6기가 부실 조사, 계획 정비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최대 설비 용량의 13%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멈춘다면 때 이른 전력경보 발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부실정비 의혹으로 설비용량 95만㎾급 한빛 원전 2호기가 정지되는 등 돌발상황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원전 부품 비리로 가동이 중단된 신월성 1·2호기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가 조만간 재가동 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재가동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날 새 제어케이블이 성능 기준을 만족했음을 발표했지만, 부품 품질서류 위조 관련 조사와 정기검사 등이 동시에 진행 중이어서 실제 가동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원전 4기의 설비 용량은 총 400만㎾로, 다시 가동이 재개된다면 겨울 전력난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재가동이 지연되면 올 겨울 전력당국이 예상한 8300만㎾의 전력공급 능력이 7900만㎾로 떨어지게 된다. 통상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력수요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 8008만㎾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이다. 40년 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전력난이 심각했던 올 여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력당국은 곧 수요관리를 비롯한 비상대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 겨울 전력수급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