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0일 오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ECB는 7일(현지시각) 동결 전망이 우세했던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배경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을 꼽았다. 저물가에 따른 경기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뜻밖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ECB의 기준금리 인하로 선진국들도 완화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물가상승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부양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달 한은의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월 대비 1.1% 증가해 2분기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했고, 세계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p 내린 이후 5개월 연속 동결이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보다 4.0%에서 3.8%로 0.2%p 낮췄지만 0.2%p의 변화를 가지고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경기지표가 일제히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면서 연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7일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2.0%)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1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 노동부도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전주 대비 9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8일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축소가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예산안 및 국가부채 한도 상향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 고조와 금리 상승 등의 부담 요인에도 3분기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양호한 내용으로 집계됐다”며 “재고투자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확대된 가운데 주택시장 회복세가 이어졌으며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이 당분간 지금처럼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지난 5일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와 시장에서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3.5~4%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보다 낮은 3%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재정정책에 비해 통화정책에서 운용상 여유가 더 크다”며 “미국과 일본 등이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은도 시중 유동성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경기회복 속도도 여전히 부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0.8%, 10월 0.7%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1%대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2월 이후 21개월 연속 1%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소비와 투자 등 우리 경제의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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