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뉴스천지)

150억 배임 혐의 조용기 목사 3차 공판… 장로 2명 증언

실무자, 주식매매계약엔 ‘모르쇠’
“이미 결재가 된 후 내려온 것
다른 거래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축 처진 어깨로 장시간 이어지는 공판에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목을 축이기 위해 집어든 생수병은 떨렸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거의 말이 없었다. 검찰 측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과 관련해 증인에게 질문했을 때 증언을 들으며 교회관계자와 짧은 귓속말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공판은 오후 6시 30분경에야 끝났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 23부(조용현 재판장)는 교회 돈 배임,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사람은 조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총무부장을 지낸 조모 장로와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을 역임한 박모 장로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모 장로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사실에 입각해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기,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조용기 목사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5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했다. 배임뿐만 아니라 탈세 혐의도 추가됐다.

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아들 조희준 이사장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시세보다 3~4배 비싼 금액에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목사는 영산기독문화원(조희준 이사장)으로부터 아이서비스의 주식 25만 주를 한 주당 8만 6984원, 총 217억 4600여만 원에 이르는 금액에 매입했다. 그러나 아이서비스 주식은 당시 시세로는 고작 2만 4000원에 그쳤다.

이에 지난 2011년 교회 장로 29명은 조 목사와 장남 희준 씨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사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0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서비스 주식 2만 5000주를 한 주당 5만 원에 사들였던 전력이 있다.

◆‘주식매매계약서’ 누가 작성했을까

지난 21일 공판에서는 2002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조용기 목사가 직접적인 지시를 했는지 여부와 계약서의 내용을 결정한 주체, 탈세 혐의와 관련해 금전소비대차약정서와 회의록 등 탈세 혐의가 있는 허위 문서 작성 경위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당시 총무부장을 지낸 조모 장로와 영산기독문화원 전 이사장 박모 장로의 이날 증언을 종합하면 2002년 11월 28일 박 장로와 차영 전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관련 직원 2~3명이 영산아트홀 매각과 아이서비스주식 매매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김모 총무국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대표자들의 서명과 직인이 찍힌 계약서가 담긴 서류봉투가 김 총무국장에게 전달됐고, 김 총무국장은 해당 문서를 조 총무부장에게 건넸다.

박 장로는 이 계약서를 넥스트미디어홀딩스 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12페이지가량 되는 서류에는 영산아트홀 매입 제안서, 부동산 매입 계약서와 함께 아이서비스 주식 매매 계약 문서가 포함돼 있었다. 총 25만 주, 217억 4600만 원어치다.

하지만 박 장로는 당시 주식 매매가 이뤄지는 것과 서류봉투 안에 있는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과 사인이 날인된 것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박 장로는 “누가 (사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전표 한 장에도 사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교회 실정에 어두웠던 차 전 대표는 박 장로에게 동행을 부탁했고, 박 장로는 교회 안내를 해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매매계약서가 전달된 후인 12월 2일 차영 전 대표의 추천으로 영산기독문화원의 이사장에 선임됐다고 말했다.

박 장로는 이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조희준 전 회장이) 아버님과 잘 협의가 됐기 때문에 청산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며 “서류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증여세 문제되자 허위 서류 꾸며

조 장로는 200억 원이 넘는 거래가 일시금으로 당회장의 허락 없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100억 원 이상 일시불로 지출되는 사안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매머드급 거래가 당시 매매계약서가 전달된 후 12월 둘째 주 정도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조 장로는 “그동안 처리를 해왔던 사안들과 비교할 때 1~2주 안에 모든 매매 과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살펴보면 일이 빨리 진행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조 장로는 당시 서류가 이해하기 어렵게 작성돼 있었지만 윗선에서 결재가 이뤄진 내용이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거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2004년 6월경 주식매매에 따른 증여세 문제가 대두되자 총무국에서는 금전소비대차약정서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실무장로 회의록 등 허위 문서를 꾸렸다.

조 장로는 “실무장로 회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허위 문서임을 알면서도 상부에서 전해준 메모의 내용대로 자신이 허위 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조 장로는 “세금 문제 때문에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시대로 했을 뿐 그 이상(탈세의도)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 장로는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나모 장로의 지시로 2001년 6월 20일에 실무 장로 회의가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작성했다.

검찰은 주식 매입 과정에서 103억 원의 세금이 발생했고, 교회 측이 증여가 아닌 일반 거래로 위장해 60억 원의 세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봤으며 배임 혐의에 탈세 혐의를 추가했다.

한편 조용기 목사의 4차 공판은 11월 11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