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종묘(宗廟·사적 125호) 정문 앞에 높이 122m의 36층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서울시 재개발 사업에 문화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건물이 높다는 이유로 오는 9일까지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종묘 앞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자칫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자격이취하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돼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건설 추진 중에 있는 122m의 고층빌딩은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종로 세운상가보다 3배나 높은 것으로 이대로라면 숲으로 둘러싸인 종묘가 지닌 신성한 분위기가 훼손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3년,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7동, 지하 7층, 지상 36층, 대지면적 2만 6216.6㎡ 규모의 건물이 들서게 된다. 이 건물은 건축면적 1만 4997.34㎡, 연면적 33만 6026.12㎡이며 최고 높이는 122.3m에 이르는 대형 고층건물이다.

계획 중인 고층건물 장소는 종묘 정문과 170m 거리인 예지동 85번지, 현재 보석·시계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현재 이 건물이 포함된 재개발 사업 계획안은 지난 3월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한 문화재위원은 “서울시 계획안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것이 분명하다”며 “국가적인 망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쾰른 대성당과 런던 타워 인근에 고층빌딩을 세우려던 독일과 영국정부는 세계문화유산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고도 제한 조치를 내렸고,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계곡은 유네스코의 경고를 무시하고 새 다리를 만들었다가 결국 세계유산이 취소됐다. 따라서 이번 재건설 사업 추진에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9일 종묘를 실사한 뒤 허가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현재 종묘 세계유산 등재를 보류한 상태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및 신주(神主)를 모신 곳으로 1995년 해안사 장경판전, 석굴암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