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계순례대회…9월 28~10월 5일

 

▲  아름다운 순례길 이정표(느바기).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주~익산~완주 약 240㎞, 9개 코스 얽힌 아름다운 사연
종교지도자 등 내·외국인 약 1만 5천 명 순례길 올라
학교폭력 등 해결 기틀 마련, 종교지도자와 대화·토론 기회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길’을 통해 세계인이 친구가 되는 축제가 펼쳐진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사)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회(위원장 김수곤)가 주관하는 ‘2013세계례대회’가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아름다운 순례-홀로 또 함께’를 주제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여는마당(개회식-길에서 삶의 지혜를 구하다) ▲걷는마당(순례-낮은 시선 느린 걸음) ▲상생한마당(순례포럼-내면 속의 메아리가 당신에게) ▲어울림큰마당(순례한마당-천년의 시간, 천년의 순례) ▲닫는마당(폐회식-밤하늘에 띄우는 무지개, 풍등) 등 총 5마당으로 진행된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세계 종교지도자, 세계 순례 저명인사, 내국인과 외국인 순례자 등 약 1만 5천 명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순례자들이 걷게 될 ‘아름다운순례길’은 전라북도 전주, 익산, 김제, 완주 약 240㎞에 달한다.

이번 대회는 가족과 이웃을 돌아보며 걷는 내면으로의 순례로 종교가 보여주는 상생과 소통의 정신을 사회저변으로 확대해 학교폭력·자살 등으로 심화하는 학생문제, 가정파괴·가족해체 등으로 우려되는 사회문제를 순례를 통해 해결할 기틀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그래서 국내외 종교지도자, 순례길 멘토 등과 함께 대화도 하고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아울러 정신문화 자산이 깃든 인문학 걷기, 멘토와 함께 마음 길 걷기, 평화를 생각하는 치유의 길 걷기의 ‘청소년 힐링 로드’와 순례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가슴을 열고 소통함으로써 순례의 참뜻을 되새겨보는 청소년포럼이 열린다. 또한 대학생 순례자와 종교지도자의 격의 없는 대화 마당인 담마토크(Damma Talk, 法談)가 진행될 예정이다.

아름다운 순례길의 마스코트인 달팽이 ‘느바기’는 ‘느리고 바르고 기쁘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느바기가 순례길 곳곳에서 안내하고 있어 혼자서도 갈 수 있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대화와 소통을 위한 길로 종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시작과 끝이 없는 순례길은 형식이나 규격화된 틀도 없다. 순례길이라고 해서 고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길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생이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지난 2009년 10월 31일 원불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의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대화와 소통, 나눔과 섬김 그리고 화해와 상생의 깊은 뜻을 담아 선포해 마련됐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총 9개의 코스가 있다. 코스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송광사 종루(보물 제1244호).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주 한옥마을에서 출발하는 제1 코스의 도착지이자 제2 코스의 출발지 완주 송광사에는 가톨릭과 불교의 아름다운 만남 이야기가 있다.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절 전라도 깊은 골짜기로 박해를 피해 내려왔던 가톨릭 선교사를 절에서 승복을 입혀 숨겨주고 1년여 동안 함께 살았던 일이 있었다. 가톨릭 선교사는 그 고마움에 답하는 의미로 마로니에를 절에 심어줬다고 전한다. 지금 그 마로니에 나무는 안타깝게도 볼 수는 없지만, 종교와 인종을 뛰어넘은 그 사랑의 메시지는 오늘날의 종교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금산교회.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하나의 이야기는 김제 금산사와 수류성당으로 이어진 제7 코스 중간에 있는 금산교회의 ‘조덕삼’과 ‘이자익’의 훈훈한 이야기다. 금산교회는 1908년 4월 4일 헌당된 ‘ㄱ’자 한옥 모습 그대로다. 6.25에도 불구하고 불타지 않고 보존된 귀중한 문화재이다. 금산교회 최초의 장로인 이자익은 본래 조덕삼의 마부였다. 그러나 이자익이 장로로 선출되자 조덕삼은 그가 목사가 될 수 있도록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했다. 비록 계급사회가 무너진 근대사회라고는 하나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다.

▲  원평교당. ⓒ천지일보(뉴스천지)

역시 제7 코스 중간에 있는 원평교당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 제2대 종법사인 정산 송규 종사, 제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 그리고 원불교 초기 교단의 많은 인물이 귀의한 인연으로 원불교 창립 역사의 한 축을 이루는 곳이다. 원평교당은 아름다운 순례길 순례자들에게 숙식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천호성당. ⓒ천지일보(뉴스천지)

아름다운 순례길 제2 코스의 도착지이자 제3 코스의 출발지인 ‘천호성지’는 1839년경 기해박해를 전후해 주로 충청도 지방의 신자들이 이곳 산골짜기로 숨어들어와 신앙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천호성지는 신앙 선조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한국 가톨릭의 신앙역사를 증언하는 모태로서 자리 잡고 있다. 천호성지 입구 마을에 위치한 전통 한옥 ‘천호공소’에는 6.25 때 불발한 포탄으로 만든 두 개의 종이 있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정이 넘친다. 꾸밈이 없고 순수하다. 또한 이 길은 편견이 없다. 인종 종교 사상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고민이 있든 없든 그것도 묻지 않는다. 그냥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듯 몸을 맡기면 된다. 함께 걸을 친구가 있어도 좋고 나 홀로 걸어도 좋다.

“재미로라도 길을 나서십시오. 길이 화답할 것입니다.” 김수곤 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회 이사장이 이같이 말했다. 또한 그는 “‘길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어느 현자는 ‘계속 걸으십시오’라고 답했다. 순례는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여정이다. 순례는 모든 여행을 대변하며 자신의 영혼과 재결합하는 기회”라며 세계순례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관심과 참가를 당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