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2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면서 1인당 최소 6억∼7억원의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주요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적게는 3억 4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 4000만원가량을 지급했다.

특별퇴직금 액수는 우리은행이 4억 43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3억 8200만원), 신한은행(3억 4400만원) 등의 순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반영해 특별퇴직금 액수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할 경우 올해 초 은행을 떠난 이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원의 목돈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면서 과거처럼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 효율화보다는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는 일종의 복지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금리 부담에 서민은 힘겨운데 은행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장사’를 해왔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터에 ‘특별퇴직금 잔치’까지 벌였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신한·케이비(KB)·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는 동안 은행들도 대출 이자율을 크게 올렸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큰돈을 번 은행에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금감원 업무계획 설명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연간 수십조원대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경에는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 영향이 있다며 과실을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기본급 서너 배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수억원대 희망퇴직금을 나눠주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사회공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나 사회적 압박에 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은행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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