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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덴마크 국방사령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뒤오드데 남쪽의 덴마크 발트해 섬 보른홀름 인근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의 가스 누출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탐사전문 기자 허쉬가 배후로 미국을 지목한 보도를 한 가운데 미 백악관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출처: AFP, 연합뉴스)

탐사전문 유명 기자 폭로

미국이 해저가스관 터트려

백악관 허위, 완전히 소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해 9월 발트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이 미국 정부의 비밀 작전에 의한 것이라는 탐사전문 기자의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충격적인 이 보도에 미국 정부는 전적으로 허구라는 입장이며 서방 언론은 거의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세이무어 허쉬(85)는 지난 8(현지시간) 미국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미국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어떻게 제거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지난해 6월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 BALTOPS 22에서 활동하는 미 해군 잠수부들이 원격작동하는 폭발물을 설치했고, 중앙정보국(CIA)이 노르웨이와 협력해 3개월 후 4개의 가스관 중 3개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허쉬는 베트남전 때 미군이 어린이와 부녀자 등 주민 500여명을 학살한 미라이(My Lai) 사건의 진상을 보도해 1970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2004년에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실태를 최초 보도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는 작전 계획을 직접적으로 아는 소식통을 인용했다면서 이 작전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극비작전을 통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가스관 폭발 당시 미국 정찰기가 폭발 지역을 정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보도에 따르면 세계무기거래분석센터 책임자인 이고르 고롯첸코는 지난해 926일 해저 가스관 파괴 당시 미국의 P-8A 포세이돈 정찰기가 사건 발생 1시간 후 해당 지역을 정찰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폭파에 대해 취재하는 언론인 세이머 허쉬를 지원하고자 확인한 결과 미 정찰기 경로가 확인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세 곳 중 두 곳은 덴마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며, 다른 한 곳은 스웨덴의 EEZ이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정부 등은 모두 가스관 폭발이 사고가 아닌 고의적인 사보타주(비밀 공작 파괴)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독일 정보당국은 손상된 가스관 4곳에 TNT 500위력의 폭발물이 사용된 것으로 봤다. 덴마크와 스웨덴도 수백에 이르는 폭발물에 해당하는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유엔에 제출한 공동보고서에서 결론을 내렸다.

폭발 사고 직후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소행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천연가스 가격을 크게 올리기 위해 은밀한 작전을 벌였다는 논리였다. 특히 4개 라인 중 1개 라인은 아무런 일이 없어 계속해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그러한 의심을 하게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당시 트위터에서 이번 누출은 러시아에 의한 테러 공격이자 유럽연합(EU)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폭발 사고현장에서 3.5m 깊이의 2개의 분화구를 발견, 명백한 테러 행위임이 드러났다면서 배후로 앵글로색슨 국가들을 지목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크렘린궁은 가스 누출 지점이 미국이 통제하는 나토 중심 국가의 수역에서 발생했다면서 미국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폭발 당시 현장에는 폴란드 그단스크 기지 소속 미군 헬리콥터가 있었고, 폴란드와 미국이 공범이라고 보는 주장도 나왔다.

다양한 음모론과 배후설이 오간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들은 폭발 원인을 미스터리로 표현하며 유력용의 선상에 러시아를 올려놓았다. 이번 보도는 이 같은 서방 언론들의 보도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예상됐지만 서방 언론들은 상당히 조용하다.

백악관은 허쉬의 보도에 대해 전적으로 허위이고, 완전히 소설이라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은 출처가 익명의 취재원 한 명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내용을 확증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보도 내용과 관련해 만약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고, 반드시 규탄받아야 할 행위미국 측은 응당 세계를 향해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례 없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기반시설 파괴 행위에 대한 공개적인 국제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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