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군 의료체계 문제점 집중분석

민간比 인적·물적자원 ‘태부족’

근무 중 군 전체 전문의 35명

단기복무 군의관이 주로 진료

사단급 이하 CT·MRI 장비 전무

제때 진료 못 해 사망한 사례도

 

국민이자 국방 의무자 군인들

4명 중 1명 “진료 제때 못 받아”

특별한 경우만 민간병원 진료

“의료 접근권 등 보건권 침해”

인권위, 야간진료 확대 등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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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이 대전시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지난 한해 동안 55만 장병의 건강을 책임지는 군 병원에 전문의사들이 고작 3명만 채용되면서 전문의 채용률은 역대 최저수준인 10%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해가 지날수록 장비·인력난을 겪는 군 병원과 민간병원 간의 격차가 커지는 모양샌데, 이로 인해 군 의료서비스 질도 떨어지면서 그에 대한 피해는 군 장병들이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천지일보가 단독 입수한 국방부의 ‘군(軍) 내 전문계약직 의사 모집 인원 및 실제 채용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된 전문의는 23명 채용 공고에 고작 3명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문계약직 의사 모집 인원 대비 채용자 비율은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평균 32.4%에 불과했다. 국방부가 현실에 맞춰 정원을 기존의 1/3 수준으로 축소했으나, 그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실제 전문의 채용자는 2018년 11명(26명 채용 공고)→2019년 3명(12명 공고)→2020년 7명(22명 공고)→2021년 10명(22명 공고)→2022년 3명(23명 공고)이다. 특히 같은 기간 전문의 모집 인원 대비 실제 채용자 비율은 42.3%→25%→31.8%→45.5%→13%로, 지난해의 경우 5년 내 최저치인 1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모집하는 공고에 1명만 채용된 셈이다.

게다가 국방부가 군 병원 역량 강화를 위해 민간 전문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군 병원에 채용돼 근무하는 민간 전문의는 모두 35명(국군수도병원 32명, 국군대전병원 3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간 통틀어 34명이 채용된 것과 비교하면 많은 전문의들이 군 병원에 남아있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울러 국방부는 장기복무 군의관 처우개선 등을 통해 숙련도 높은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실제 최근 5년간 단기복무 군의관이 장기 지원한 경우는 6건밖에 되지 않았다.

이외에 각 부대 연대·대대급 의무실은 장병들이 진료를 꺼릴 정도로 의료 장비가 부족하고, 의료법상 병원의 역할을 하는 사단급 의무대에도 CT나 MRI 같은 정밀 검사 장비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낮은 군 의료서비스 만족도

현재의 군 의료체계 문제점으로는 우선 군 의료서비스에 대한 낮은 만족도가 꼽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군 의료 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민간과 군 의료서비스를 모두 이용한 경험이 있는 병사들은 군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의견이 만족의 2배(불만족 46.2%, 보통 30.8%, 만족 23.1%)에 달했다.

응답자의 군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요인으로는 ‘치료 결과 미흡’이 39.5%로 가장 높았고, ‘진료 불성실(31.6%)’과 ‘불친절(26.3%)’, ‘예약 대기기간이 길다(23.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간부의 경우 군 의료서비스에 대해 불만족 의견이 39.1%, 보통이 26%, 만족 의견이 34.7%로, 병사들만큼은 아니나 불만족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병들 응답자의 불만족 요인은 진료의 불성실함(34.8%), 불친절함(30.4%), 치료 결과의 미흡(30.4%), 의료인의 전문성(26.1%), 진료 접수 후 대기시간(26.1%) 순이었다. 의료진의 불성실·불친절에 대한 불만과 치료 결과 미흡, 예약 대기기간 및 진료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은 간부와 병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였다.

◆7천만원 이상 민간-군 보수 격차

이어 군 병원이 민간병원에 비해 숙련도 높은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장병들의 군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민간병원보다 군 의료기관의 인적 자원(숙련도 높은 의료인)과 물적 자원(필수 의료 장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체 군의관 중 장기복무 군의관은 약 7.7%에 불과하고, 임상 경험이 적은 단기복무 군의관들이 대부분의 진료를 맡고 있다.

숙련도 높은 의사 인력을 확보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이 실패를 거듭해 온 이유는 바로 군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의 보수 수준이 민간병원 의사의 보수 수준에 견줘 턱없이 낮다는 이유가 지목된다.

군보건의료법 제10조 제3항은 군 보건의료인의 보수는 민간의료기관의 보수 수준에 준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전체 평균 연봉은 2억 3070만원, 군 병원 군의관·군무원 의사의 평균 연봉은 의사 전체 평균 연봉의 68% 수준인 1억 5679만원으로 집계됐다. 민간병원 의사와 군 병원 의사 간 평균 연봉 차이가 7000만원을 웃돈다는 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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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들과 장병들이 14일 대전 국군대전병원에서 국가감염병 전담병원 기능전환을 위한 음압 격리병동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같이 장기복무 군의관의 연봉 수준이 민간병원 의사는커녕 공공병원 의사 연봉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비춰볼 때, 우수한 군 보건의료인을 확보하겠다는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도 민간 대비 낮은 보수 수준 등으로 인해 장기군의관과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이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수 의료 장비도 없는 군부대

군 병원이 민간병원에 비해 필수 의료 장비들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연대·대대급 의무실은 장병들이 진료를 꺼릴 정도로 의료 장비가 부족한 데다, ‘의료법’상 병원의 역할을 하는 사단급 의무대(해군 함대급 의무대, 공군 의무전대 포함)도 CT나 MRI 같은 정밀검사 장비가 전무한 실정이다.

국방부 자체 설문조사(2018년)를 보더라도 장병들은 연대·대대 의무실 진료를 이용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검사 장비 부족으로 진단 제한(18.8%)’, ‘군의관 경험 부족(12.8%)’, ‘다양한 진료과 미편성(12.8%)’, ‘약품류 부족(4.3%)’ 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20년에는 육군 모 사단 소속 병사가 오한·발열 등의 증상으로 대대 의무실 진료(1일째)를 거쳐, 사단 의무대에 입원(2일째)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입원 후에도 39.3℃에 이르는 발열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혈액검사를 받으려 했으나(3일째), 사단 의무대에 1대 있던 혈액검사 기기의 고장으로 ‘신증후군 출혈열(한타바이러스)’ 감염을 제때 진단받지 못했다.

이후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그 병사는 국군 모 병원(4일째)에서 분당 모 민간병원(5일째)으로 전원 조치됐으나 결국 ‘신증후군 출혈열 감염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6일째)했다. 이는 위와 같은 필수 의료 장비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 중 하나다.

군 병원·국군수도병원은 사단급 이하 의무대(의무실)보단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민간병원에 비해선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군의무사령부가 17개 군 병원 이용자 34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진료비 부담에도 ‘민간병원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 비율(35.8%)이 ‘군 병원을 이용하겠다’라는 응답자 비율(40.6%)보다 약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병원을 이용하겠다’라는 답변의 주된 이유는 민간병원이 군 병원에 비해 ‘최신의 의료 장비와 시설’(26.7%)을 갖추고 있고, ‘의료진이 우수하기 때문(26.5%)’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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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육군 수도군단 장병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출처: 뉴시스)

◆군 의료 진료 우선시하는 관행

그렇다고 국방부가 장병들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받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국방 환자 관리 훈령’ 제6조의 변천 과정을 보면 잘 드러난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8월 훈령 제6조 제1항을 개정해 단지 ‘심신장애가 발생한 때’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진료가 필요한 때’에도 장병들이 민간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12월에는 ‘군 의료기관 진료 우선원칙’으로 해석될 수 있는 훈령 제6조 제2항을 개정해 ‘민간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더 이상 예외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령 개정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군 의료기관 진료를 우선시하는 관행과 제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인권위가 군부대를 현장 조사한 결과, 간부들이 소속 병사의 질병이나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가급적 군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는 관행이 확인됐다.

병사의 민간병원 입원 기간을 10일 이내로 제한하고, 입원 기간이 10일을 초과하면 군 병원 요양 심사위원회로 요양 심사를 의뢰해 군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경우 즉시 군 병원으로 입원 조치하되, 환자가 개인 의사로 민간병원에 계속 입원하는 경우 해당 기간을 연가로 처리하게 돼 있는 ‘장병 진료목적의 청원휴가 등에 관한 훈령’ 규정도 그중 하나다.

◆장병 ‘의료 접근권’ 개선방안은

군 의료 실태조사를 벌인 인권위는 먼저 군인들의 보건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제로 장병들이 의료기관, 특히 민간병원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들었다. 현재 민간병원과 군 의료기관 간에 존재하는 ‘인적·물적 자원 차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서다.

장병들이 민간병원을 더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면 군 의료기관에서의 예약·진료 대기기간도 그만큼 단축되고, 군의관 1인당 평균 진료 환자 수 감소와 환자 1인당 진료 시간 확대 등을 통한 군 의료의 질적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각 군 지휘관과 군 보건 의료인들에게 환자 중심의 의사소통 및 치료가 이뤄지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장비를 완비하고 숙련도 높은 의료인력을 확보해 나가는 방안도 나왔다.

이처럼 인권위는 군 의료기관만으로는 50만 장병의 다양한 보건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7가지 핵심 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 국방부 장관에게 현 제도에 반영할 것을 지난 9일 권고했다.

권고안을 살펴보면 먼저 군 의료기관의 활용과 함께 민간병원의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군 의료체계를 개편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라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장병의 의료행위 선택권 보장에 관한 법령 규정을 신설하고, 정기휴가와 진료 목적의 청원 휴가 및 외출·외박 신청 시 지휘관이 원칙적으로 승인해야 한다는 법령 규정을 신설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병사의 진료 목적의 청원 휴가 사용요건을 완화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군 의료기관의 진료 시간대를 조정하고 야간진료를 활성화하라는 권고도 내려졌다. 이와 함께 병사의 민간병원 입원 기간을 현행 10일 이내에서 30일 이내로 확대하고 병사가 휴가를 1시간 단위로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 관계자는 본지에 “민간병원 활용 확대가 되면 근무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든지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면서도 “어떤 제도든 그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없을 순 없는 만큼 정말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군인복무기본법과 국방부 훈령 등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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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장병들이 탑승한 버스가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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