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진세 도대체 어디로 갔나… 건물 내진 설계 미비”
시리아 10년 이상 내전에 건물 대다수 노후 되고 손상 커
규모 7.8 강진에 진앙 깊이 18㎞로 얕고 진원지도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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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알레포 건물 잔해에서 수색작업 중인 대원들 (출처: A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 강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다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겨울철 추운 날씨 속에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을 합친 사망자가 1만 5000명을 넘어섰고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213만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이다. 

해당 지진은 공식적으로 메이저 규모(7.0~7.9)로 구분되는 규모 7.8의 지진으로, 약 100㎞에 이르는 단층선을 따라 발생해 단층 근처에 자리한 건물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

BBC는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7.8의 강진이었던 데다, 진앙 깊이가 약 18㎞로 얕았고 진원지도 가지안테프에서 불과 33㎞ 떨어진 지역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고 설명했다. 지진 에너지가 덜 줄어든 채로 지표면에 있는 건물에 전달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영국 더 오픈 대학의 행성 지구과학자 데이비드 로서리도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판을 서쪽으로 1년에 약 2cm의 속도로 밀면서 지진 응집력이 튀르키예 지역에 쌓였다”고 설명했다.

BBC방송은 이어 “지진이 발생한 시간도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새벽이어서 피해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이 지진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지 않았던 점도 대규모 피해를 낳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부에는 보강되지 않은 벽돌 혹은 저층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이 많아서 지진 같은 흔들림에 극도로 취약하다. 실제로 지진 이후 마치 팬케이크처럼 건물의 위층이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진 모양으로 붕괴된 건물들이 발견됐는데, 이는 건물이 지진의 진동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카르멘 솔라나 위험 커뮤니케이션학 부교수도 “안타깝지만 튀르키예 남부와 특히 시리아에는 내진 설계가 갖춰진 인프라가 많지 않기에 현장에서의 생존자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USGS의 건축구조 엔지니어인 키쇼 자이스왈은 “이스탄불과 같은 지역의 새로운 건물들은 현대적인 지진 기준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지만,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는 지진을 고려하지 않은 오래되고 취약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시리아의 경우 10년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건물 상당수가 노후화하거나 손상이 심해 충격에 더욱 쉽게 무너졌다. 

게다가 튀르키예는 지각이 불안정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만, 200년 이상 대지진이 없어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진 지역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이번 지진을 포함해 11번이나 발생했다. 튀르키예에서도 1950년대 대규모 이민자 유입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도시개발로 많은 지역이 자연재해에 심각하게 취약하다는 경고 목소리가 지속 제기돼 왔다. 아울러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정부의 대지진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망자 10만명 이상 될 수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재앙에는 대응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자국민의 분노를 키우기도 했다. 튀르키예는 그간 지진세로만 총 880억 리라(한화 약 5조 9000억원)를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1999년 이후 걷힌 우리의 세금이 도대체 어디로 갔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을 강타한 규모 7.8 강진 피해 지역인 하타이주(州) 등을 방문하면서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어떤 시민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민심을 달래기도 했다. 그는 전날 튀르키예 81개 주(州) 가운데 지진 피해를 본 10개 지역을 재난 지역으로 설정하고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망자가 1만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이 14%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사망자가 1만∼10만명일 확률이 20%, 1천∼1만명은 47%, 10만명을 넘길 가능성은 0%로 전혀 없다고 예측했으나 사흘 만에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강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진 피해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 지진 발생 이후 사흘이 지나 9일 골든타임이 넘어갔고, 현재 지진 지역은 -7도를 육박하는 등 영하권의 기온으로 생존자가 있다 할지라도 저체온증 등으로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알렉스 하템 USGS 연구 지질학자는 “강진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더 많은 여진이 며칠, 몇 주를 넘어 몇 달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이번 한 주 동안 인명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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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P, 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2022년 9월 6일 보스니아 사라예보를 방문해 환영 군중을 향해 손 흔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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