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새벽 파괴적인 지진이 중동을 뒤흔들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강도로, 그린란드에서까지 진동을 느낀 강진이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피해 지역은 산산조각이 났고 지진 사망자 수는 8일 9천명을 넘어서며 사흘째 수천명 단위로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먼지가 걷히면 2만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십년 만의 최악의 지진 피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65개국에서는 구호와 지원에 나섰다. 구조 당국과 민간 구호단체 등은 한파 등 악천후와 여진의 위험 속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생존자 수색과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희생자 3분의 1이 발생한 시리아 지역에서는 12년간 계속되는 내전의 영향으로 구호와 지원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 부근은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난민 360만명 이상을 수용하고 있으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이번 지진이 강타한 하타이, 가지안테프, 산리우르파 지방에는 각각 난민 3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러나 반군 지역으로 가는 유일한 전달 통로가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유엔 구호물자 전달에도 차질을 빚었다. 결국 구호단체의 물자와 구조를 위해서는 내전 내내 반군이 장악한 지역을 포위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와의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전으로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겠지만 난민들이 구호를 받을 수 있도록 시리아 정부와 반군은 즉시 휴전 등을 합의해야 한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 당시 아체주 반군과 정부군도 피해 복구 사업을 계기로 29년간의 내전을 끝낸 바 있다. 국제사회는 내전이 수색과 구호를 막을 수 없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또 원조는 지역 주민과 피해자들이 직접 받아야 하며 장기적인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벌써 해외 거주 시리아인들 사이에서는 구호물자와 기부금이 정부 측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지진 대비 태세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는 규모 3.0 이상 지진이 매년 10.8회 발생하고 있으며 어느 지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건축물 내진 설계나 활성 단층 조사, 재난 대응 체계 개선 등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