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사태, 창피스러운 일
주지직 두고 이권 다툼 치열
방장 스님 책임지고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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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동국대학교 교법사 진우스님이 6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08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해인사 사태’로 불교계가 연초부터 떠들썩했다.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주지 현응스님 성추문 폭로 이후 동안거(冬安居) 기간 원정 골프, 설 연휴 고액의 윷놀이판 등의 폭로를 거듭했다. 이러한 폭로의 배경에 해인사 주지 자리를 둘러싼 ‘종단 내 권력다툼’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국대학교 교법사 진우스님은 지난 6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인사가 꼼수를 쓰려다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 결과가 돼서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해인사 집행부와 종단을 장악하고 있는 상월결사 쪽이 물 밑에서 수(手) 싸움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비대위 쪽은 상월결사 자승스님 쪽 사람들”이라며 “자승스님이 비대위 쪽 (소통의) 루트를 다 열어줬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현응스님 사태(성추문)가 (지난해) 12월 1일 발생한 뒤 한 달여 간 대중에게 공개하거나 처리를 공식적으로 논의도 안 하면서 뒤에서 (해인사 집행부와 상월결사 쪽이) 서로 딜(deal)을 했다”며 “자기들의 지분 확보에만 양측 다 전념했다”고 지적했다.

진우스님은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을 향해서도 “방장 스님의 임기 성적표가 이번 현응스님 사태”라며 “방장 스님으로서 의무를 다한 뒤 참회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우스님은 행자 생활을 거쳐 해인사에서 1993년 출가했다. 진우스님은 최근 해인사 사태에 대해 “자승의 해인사 장악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21일 공개된 유튜브 명진TV ‘진우스님, 해인사 사태를 말하다’ 1, 2편은 현재 조회수 12만을 기록하고 있다.

해인사는 현응스님 후임 주지로 원타스님을 조계종 총무원에 추천했지만 지난달 30일 돌연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해인총림이 후임 주지 추천을 논의하는 임회(林會)가 열리기 전 해인사 경내에서 비대위와 해인사 종무원‧스님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은 진우스님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해인사가 가진 의미와 상징성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사찰을 삼보사찰이라 한다. 불보사찰 통도사, 승보사찰 송광사, 법보사찰 해인사다. 그중에서도 특히 해인사 같은 경우 조계종에서 가장 권위 있고 어른으로 추앙받는 종정 스님이 계속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인이라면 성철스님이 1, 2위를 한다. 성철스님을 비롯해 고암스님, 혜암스님, 법전스님 이런 어른 스님들이 해인사 스님으로 종정을 하셨다.

-해인사에서 출가한 스님으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심경이 어떠했나.

=너무 황망하다. 너무 창피한 일이다. 어디든지 간에 허물이나 굴곡이 없진 않다. 산이 높은 만큼 계곡도 깊고 나무가 큰 만큼 그늘도 그만큼 있다. 그런 일(현응스님 성추문)이 있을 때 제대로 처리하는 게 실력이고 청정가풍일텐데 해인사가 꼼수를 쓰려다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게 돼 많이 안타깝다.

-지난 1월 6일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면서 현응스님 문제가 공론화됐다.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해인사 전 주지 현응스님이 범계 문제가 있다는 게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1월 10일엔 MBC PD수첩에서 미투한 여성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12월 1일에 찍힌 현응스님 사진(현응스님이 비구니 스님과 사복 차림으로 숙박업소에 출입하는 사진) 3장 정도가 피의자 측 증거물로 제출됐다. 그때 정확하게 얘기하면 증거자료까지도 공식화됐다. (해인사는) ‘해인사의 위기’ ‘종단의 위기’라고 얘기하면서도 한 달 동안 자기들끼리 묵혀왔다. 그때 바로 12월 1일 내지는 3일 날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거다.

-조계종은 2월 3일에서야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었다.

=(현응스님이) 사표를 내고 나니까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죽은 사람 부관참시하는 것도 아니고, 역할을 할 게 하나도 없었다. 효용성이 없는 말이다. 사표를 벌써냈는데, 사표 낸 사람한테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의미가 전혀 없는 징계위원회다.

-조계종이 중앙징계위원회를 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자승 쪽 사람을 직무대행으로 내려보내기 위해서다. 사표 낸 사람을 보직 해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보직해임을 시켜야 자기 사람을 그 보직에 앉힐 수 있다. 2015년 방장 추대하는 데 당시 금권선거가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방장 원각스님을 흔들었다. 방장 스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협박으로 다가오고 충분한 압박이 됐다고 보여진다.

-해인사 사태는 갈등이 언제부터 불거졌나.

=현응스님 사태가 그전(2018년 MBC PD수첩)부터 발생했지만,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화한 건 (지난해) 12월 1일이다. 한 달여 간을 자기네들끼리 물밑에서 수 싸움을 했다. 요즘 표현으로 서로 간에 딜을 했다. 대중들에게 공개도 안 하고 어떤 액션을 취하거나 공식적인 논의도 안 했다. 대중들이 알게 된 건 1월 3일 새로운 해인사 주지가 갑자기 추천돼서 총무원에 올라오면서다. 그때부터 대중들은 ‘해인사 주지 임기가 아직 8개월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바뀌지?’라며 해인사에 뭔 일이 있다는 걸 인지했다.

-해인사의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한가.

=해인사 집행부와 종단을 장악하고 있는 상월결사 쪽에서 물 밑에서 수 싸움을 했다. 해인사는 크게 6개 정도의 문중이 같이 있다. 잘 통합해서 서로 문중들이 돌아가면서 방장 스님은 어디에서 하면 주지스님은 어느 쪽에서 한다. 이걸 원융(圓融, 서로 걸림 없이 원만하게 하나로 융합된 모습) 살림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것들이 언젠가부터 무리가 생겼다.

현응스님의 사태의 가장 큰 시발점이 된 건 2018년 MBC 피디수첩 사건이다. (한 여성이 현응스님에게 성추행당했다고 ‘미투’한 사건을 MBC PD수첩에서 다뤘다. 현응스님은 미투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해인사 전전 주지인 선각스님이 미투 여성 명예훼손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서 증언했다. 누가 봐도 전선이 그어졌다.

-현응스님 측과 해인사 전 주지 선각스님 측이 나눠서 대립하는 건가.

=그렇다. 선각스님은 2018년 즈음 불법 도박사이트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서 실형을 살았다. (선각스님은) 실형을 살면서 해인사와 이권 다툼을 벌였다. (선각스님은) 현응스님 쪽과 고불암이라는 암자에 대한 지배 운영권을 둘러싼 재판에서 졌다. 선각스님은 큰 이권이 걸린 걸 되찾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해인사의 지배권을 가져와야 한다. 본인은 힘이 약하고 실형도 살았고 승적도 제적당한 상태니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게 자승스님하고 가까운 학성스님이다.

선각스님은 자기가 돈을 써서 현응스님의 뒤를 밟게 했다. 그렇게 잡힌 게 12월 1일 현응스님 사태(현응스님이 비구니 스님과 숙박업소에 출입한 일)다. 태국에서 원정 골프 치던 향적(해인사 전 주지)스님과 방장 스님 비서 도현스님의 사진도 터뜨렸다.

-이 사태의 해결점은 있나.

=방장 스님은 2015년부터 (방장을) 하셨으니까 충분히 많이 하셨다. 그렇게 많이 해서 해인사를 더 발전시키고 좋게 했냐라는 성적표가 이번 현응스님 사태다. 그럼 잘못했다는 거다. 방장 스님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고, 수행자다운 신심을 갖고 해인사 문제를 처리하려고 한다면, 참회하고 반성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인사 대중들에 의해서 추앙받고 존경받았으면 그것에 대한 의무는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인사 스님 중에 존경받는 스님들이 있다. 그 어른들은 이런 아사리판에 안 나오려고 하실 것이다. 방장 스님께서는 진짜 신심을 갖고 해인사를 위해, 부처님 법을 위해, 한국불교를 위해 삼고초려 해서 스님이 꼭 해인사를 다시 세워주셔야 한다. 해인사 (문제)를 스님의 안목으로 처리해주십시오라면서 그런 분을 모셔오는 역할까지는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2015년부터 8년간 어른으로 추앙받았던 본인의 책임을 그나마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안 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빠져나간다면 이건 진짜 무책임한 일이다.

-해인사 사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은가.

=7일 조계종 종무회의 결과가 중요해 보인다. 중앙에서 (주지를) 파견하지 않고 해인사 쪽 (스님으로) 주지 직무대행을 세운다면 당분간 똥 싸놓은 거 방석만 덮어놓는 격이다. 냄새만 나고 위생상 안 좋고 썩어 문드러지겠지만 뒤로 미루는 방법이다. 주지를 내려보낸다고 한다면 자승 측 인사인 (조계종 교육원장) 혜일(스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인사 #현응스님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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