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 전후 6시간 동안 ‘수갑’

경찰 “수배중 고려 수갑 사용”

인권위, 과잉 금지 위배 판단

“경찰관에 ‘주의’ 조치 내리고

수사과에 수갑 사용 교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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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경찰 수사 과정 중 과도한 수갑 사용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과도한 수갑 사용이 확인된 A경찰서에 수사과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수갑 사용의 요건과 한계, 유의 사항 등을 명확히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은 재작년부터 영리약취·특수감금·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B와 C씨 등 5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다가 성명불상이던 피의자들의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B와 C씨에게 형사과 강력팀으로 출석할 것을 3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출석을 모두 거부하는 바람에 피의자신문은 미뤄지게 됐다.

이어 다시 한번 출석을 요구한 경찰은 피의자들이 출석한다고 했다가 아버지 건강 문제로 또다시 출석을 미루자 피해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집행하게 됐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1월 한 지역 모텔에 투숙 중인 B씨와, 같은 날 B씨의 연락을 통해 자진 출석한 C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경찰은 피의자들을 체포한 뒤 수갑을 사용했으며, B씨의 경우 피의자신문과 대기 시간 동안 약 6시간, C씨는 약 5시간 동안 수갑을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이 헌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가 말한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2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 제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을 땐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수갑 등 경찰 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해놨다.

또 경찰청 내부 지침인 수갑 등 사용지침은 조사과정에서 수갑·포승 등을 사용한 경우 수사 과정 확인서 ‘기타 조사과정 진행 경과 확인에 필요한 사항’란에 사용 여부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피의자들이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 중인 자들이었기에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수갑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그간 피해자들이 수사에 임한 태도와 방임할 경우 증거인멸, 도주 우려, 출석 거부,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 강도상해의 범죄 전력을 고려해 수갑을 사용한 상태로 조사했다고 경찰은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확대된 판단 아래 이뤄진 과도한 조치라고 봤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수갑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도주나 자해 등의 위험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 이유로 경찰 측이 극단 선택·자해·도주·폭행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 체포 과정 및 피의자신문과 과정 당시 피해자들의 자·타해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웠던 점을 들었다. 

또 피해자들에게 여러 건의 범죄 경력이나 최근 이뤄진 범죄 사실이 있다고 해 반드시 피해자들의 도주 우려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꼽았다. 이에 경찰이 피의자신문과 그 전후 대기 시간 동안 피해자들에게 계속 수갑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거나 불가피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당시 경찰이 수갑 사용 시 경찰청 내부 지침인 ‘수갑 등 사용지침’에 따라 수사 과정확인서에 수갑 사용 경위 등을 기재해야 했지만 이를 빠뜨린 사실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인권위 측은 “장시간 수갑을 사용한 행위는 수갑 사용의 요건과 한계,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수갑을 사용한 것”이라며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A경찰서장에게 이 사건의 당사자인 경찰관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소속 수사과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수갑 사용의 요건과 유의 사항 등을 명확히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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