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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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 구축 계획’과 ‘첨단 인재 양성 전략’을 발표했다. 5대 핵심 분야를 ‘ABCDE 인재’로 정하고 ‘글로컬(글로벌+로컬) 대학’ 30곳을 육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5대 핵심분야 첨단인재 ‘ABCDE’는 항공·우

주·미래모빌리티(A:Aerospace/Mobility), 바이오 헬스(B:Bio health), 첨단 부품·소재(C:Component), 디지털(D:Digital), 환경·에너지(E:Eco/Energy)를 가리킨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특화 분야를 지닌 대학을 의미한다.

정부는 교육부가 갖고 있던 대학 지원 권한을 각 시도에 넘겨,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라이즈는 중앙부처 주도로 이뤄지던 대학지원방식을 지역주도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대학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자 지역대학이 지역발전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다.

각 도청이나 시청에 대학 전담 조직을 만들게 하고 그곳에서 지원 대학을 선정하고 예산을 나눠준 다음, 성과를 관리하게 한다. 내년에 비수도권 시·도 5곳에서 시범 운영을 한 뒤 2025년 수도권을 포함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정부 대학 재정 지원 사업비 중 절반을 지자체로 넘길 예정이다. 올해 기준 2조원 규모다.

지방대 중 ‘글로컬 대학’으로 뽑아 1곳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지방대 10곳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30곳 이상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하는 게 목표다. 글로컬 대학은 대학이 지역·기업과 함께 고강도 개혁안을 내야 한다.

인재 양성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크게 정부·지자체가 인재 양성 정책 수립·성과 점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국가인재양성기본법’, 전문대학 실무 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법’, 산업 수요와 인재 데이터를 모아 정부·교육기관·구직자가 활용하게 하는 ‘인재데이터관리법’ 등 3가지다.

부족한 실무 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현재 전국에 54개인 마이스터고(산업 수요 맞춤형 고교)를 2027년까지 10개 추가 지정하고, 시·도 단위로 직업계고 학생들이 고가 첨단 장비·시설을 함께 쓸 수 있는 공동 실습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최악의 구인난 속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5인 이상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이 11만 4000명이나 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많다. 구직자의 ‘취업 눈높이’와 기업들의 ‘인력 눈높이’가 맞지 않는 큰 이유도 대학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중앙정부는 산업 현장의 수요와 괴리된 대학 교육과 각종 교육 규제, 인구 감소,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 해외 고급 두뇌 유치를 가로막는 연공서열제 임금구조 등 해묵은 과제를 풀어낼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자체는 라이즈의 본래 의도대로 대학의 경쟁력과 첨단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지 특정대학에 예산을 몰거나 나눠먹기로 하면 지역대학이 하향평준화할 우려가 더 크다. 대학지원정책 경험이 없는 지자체들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긴요하다. 대학들의 혁신 노력도 필수적이다. 기득권에 안주한 채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도록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해외 유명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된다. 필요한 인재라면 충분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꿔야 한다.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를 해결하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인재의 수요자인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가야 한다. 기업에 절실한 인재가 공급돼야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경제에 생기가 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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