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실 물이 차 기울기 시작”
12명 중 3명 구조, 9명 실종
출항 전 기울었다는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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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해군과 해경 수색·구조대가 청보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24t급 인천 선적 통발어선 청보호는 전날 오후 11시 19분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됐다. 승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됐으나 9명은 실종됐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목포=천성현 기자]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5일 오후 목포시 모 건물에 마련된 ‘청보호’ 선박 실종자 가족 대기실은 침묵 그 자체였다. 전날 천청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가족들은 밤새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조차 할 기색도 없어 보였다.

통상 배를 타러 나가면 가족과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여느 때처럼 뱃일이 끝나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날 밤은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

가족대기실에 앉아있는 대부분 가족은 어딘가를 응시하며 “제발 살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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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목포=천성현 기자]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5일 오후 목포에 마련된 ‘청보호’ 실종자 가족대기실을 방문해 고개 숙여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05

이후 한 생존자가 이곳을 찾아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으나 도저히 말문이 열리지 않는지 “부담스럽고 힘들다”며 이내 자리를 떠났다. 가족 대기실을 찾은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실종자 가족들과 조용히 인사만 나눴다.

이날 오후 3시 30분 목포해양경찰서 3층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전복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는 사건 발생 개요, 수색 상황, 전방위 수색 계획 설명 및 사건 관련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목포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장은 에어포켓(선체 안에 공기가 남은 공간)에 대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고 현재 수온이 8도에서 10도 정도 된다”며 “얼마나 옷을 두껍게 입었는가 아니면 다른 구명조끼 같은 부호장을 입었느냐에 따라 생존 시간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선실에서 모두 자고 있었던 상황으로 파악되며 기관실에 물이 차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색 진척 상황 중 난항을 겪는 부분에 대해서는 “갯벌과 펄 물이 많이 일어나 시야가 제한돼 있고 어망 줄들이 떠다니기 때문에 진입 자체가 힘든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꼽았다. 또 “절단 작업을 하면서 진입 중이며 현재 조타실 쪽만 일부 진입이 된 상태고 나머지 부분은 어망이나 이런 것 때문에 전혀 진입을 못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크레인선과 관련해선 “작업이 수월하면 2일~3일 만에 작업이 완료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 이상도 진행될 수 있다. 현장 작업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평소 청보호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다’라는 생존자의 진술과 관련해선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구나 다 당황한다. 기억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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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목포=오계향 기자] 목포해양경찰서 김해철 총경이 5일 오후 목포해양경찰서 3층 소회의실에서 전남 신안군 대비치도 인근 해상 어선 ‘청보호’ 전복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05

5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9분께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9해리(16.6㎞) 해상에서 12명이 탄 24t급 근해통발(인천선적) 어선 A호가 전복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신고 접수 후 즉시 경비함정과 항공기를 현장에 급파하는 동시에 사고 지점으로부터 4해리(7.4㎞)에서 항해 중인 상선에 요청해 승선원 12명 중 3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된 선원들은 기관실에 갑자기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순식간에 배가 뒤집혀 전복됐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 현재 선장과 기관장 등 나머지 9명이 실종된 상태다. 구조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경 경비함정 26척, 해군 함정 3척, 관공선 3척, 민간선박 2척 등 총 34척과 해경 항공기 5대, 군 항공기 3대 등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펼치고 있다. 침몰된 ‘청보호’ 선박은 지난 설날 직후 경북 포항을 떠나 전남 진도를 거쳐 최근 신안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은 6일 오전 10시에 가족들 상대로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수색 진행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박우량 신안군수와 통화하며 “중앙에서 충분한 지원을 쏟겠으니 신안군도 모든 힘을 쏟아달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홍보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군과 해경이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민간 어선도 적극 동참하도록 해달라”며 “인명 수색에 총력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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