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겨울을 맞는 1월 에너지 물가 부담이 1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강력 한파가 닥쳤던 만큼, 서민들의 실제 연료비 물가 부담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물가마저 불안해 한국 경제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기대감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5.2%로 0.2%포인트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물가 안정세를 찾는 동안 유독 한국만 상승한 것은 전년 동기 대비 28.3% 급등한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주요인이다. 더욱이 가스 요금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5%대의 고물가 행진은 올 1분기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전 정부가 제때 가격을 올리지 않아서”라며 남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에게도 물가 폭등의 책임이 있다. 에너지 물가가 수개월 전부터 폭등하리라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사전에 폭등 조짐을 미리 경고하지 않고 수수방관해온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는 것이다. 미리 경고령을 내려 국민들에게 물가 폭등에 대해 심리적으로 대비케 해 충격을 완화시켰어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이번 ‘난방비 폭등’을 마치 갑작스럽게 폭탄 맞은 기분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요금 할인 등 단기 대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에너지 과소비 체질 고치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8위로 인구 대비로 따지면 최대 수준이다. 1인당 전력 소비량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에너지 낭비 요소들을 줄여 가는 한편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전체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한국도 유럽 같은 난방비 대란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앞으로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함께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 다양화에도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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