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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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을 수상자로 선정한 건 지난달 12일이다. 선정 직후부터 논란이 뜨겁다. 상을 받았다고 하면 어지간하면 축하하는 게 우리나라의 정서다. 왜 이처럼 논란이 되는 걸까? 김 기자는 지난 1월 5일 “‘문재명 세력’은 민주주의 말할 자격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8년 개정한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을 찾아봤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운동의 전개’ 단원 학습요소에 ‘다양한 민족운동의 전개’가 있다. 무장투쟁, 의열투쟁, 실력양성운동과 함께 사회주의운동이 들어가 있다. 성취기준 해설에는 노선별 독립운동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사회주의가 민족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명시돼 있다. 특이하지 않은가. 왜 굳이 노선별 독립운동을 알아야 하는 건지. 조선의용대, 광복군, 신국가 건설 구상도 광복을 위한 노력의 학습요소로 적혀 있었다.”

어떤가? 너무나 당연한 지침 아닌가? 독립운동을 국내외에서 가장 열심히 한 세력은 사회주의 세력이다. 기존의 교과서는 이 세력의 역할을 빼놓거나 왜곡 서술하거나 슬쩍 언급하는 수준에 멈췄다. 이게 바로 역사 왜곡이다. 김 기자는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흐름을 계속 이어가자는 이야길 하는 건가? 조선의용대, 광복군이 광복을 위한 노력을 한 대표적인 군사 조직이다. 이들 조직이 광복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김 기자는 같은 칼럼에서 “금성출판사 자습서엔 김원봉의 조선의용대 병력이 광복군에 편입됐다거나 옌안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조선독립동맹을, 여운형을 중심으로 조선에서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이 조선건국동맹을 결성했음이 노란 형광펜으로 강조돼 있다”고 말한다. 모두 다 사실이고 대대손손 기려야 할 민족의 위대한 역사다. 이들의 활동을 강조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김 기자는 조선의용대 병력이 광복군에 편입된 사실, 옌안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조선독립동맹을 만들어 맹렬히 독립전쟁을 한 사실, 여운형을 중심으로 조선에서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이 조선건국동맹을 결성해서 일본 제국주의를 무력으로 구축하려 했던 사실을 부정하는 건가? 아니면 그만큼의 값어치가 없다는 뜻인가? 이 자리를 빌려 공개적으로 응답해 주기를 요구한다.

2019년 3월 3일 김 기자는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라 했다. 무엇을 빨갱이라 하는가? 아마 김 기자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다른 말로서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걸 전제한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건 모순이다. 사회주의도 분명 여러 사상 중 하나다. 사회주의라는 말만 나오면 경기하는 사람이라면 자유주의자 또는 자유민주주의자로 부를 수 없다. 더욱이 이육사 선생은 나라의 독립을 추구함과 동시에 사회주의 사회를 꿈꾼 사람이다.

또한 의열단의 지도자 김원봉 선생과 함께 의열투쟁과 무장투쟁을 실행한 인물이다. 이육사 기자상을 제정한 사람들은 이 점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사회주의만 보면 경기하는 사람, 색깔 공세를 퍼붓는 사람, 김원봉만 나오면 흥분하는 사람, 백선엽 같은 친일파를 두둔하고 옹호하는 사람에게 이육사 기자상을 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수상자 선정을 취소하는 게 옳다고 본다. 김순덕씨는 받아서는 안 될 상을 받았다. 이육사 선생의 정체성과 정반대 측에 서 있는 인물이 상을 받는 건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육사 기자상 심사위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잘못을 교정하는 방법은 수상자가 상을 자진 반납하는 방법도 있다. 어울리지 않는 상을 받은 김 기자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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