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남미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남미 공동통화 창설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웹사이트 퍼필에 게시된 성명에서 양국은 화폐교환에 대한 장벽을 극복하고 규칙을 단순화 및 현대화하며 현지 통화 사용을 장려할 계획이라면서 이 같은 사실을 국제사회에 주지시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북미와 남미 간 무역의 96%를 달러가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미 공통통화가 실현되면 이 지역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도전이라는 인식과 함께 남미판 유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실효성 문제로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미 양국 정치인들은 이미 지난 2019년에도 공동통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당시 브라질 중앙은행의 반발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남미 멕시코 출신 사울 세르나 박사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세르나 박사는 멕시코 푸에블라 소재 아메리카스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 강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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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판 ‘유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불리는 남미 공동통화 ‘수르’에 대한 논의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은 브라질 이루데자네이루에 있는 한 브라질 은행의 지점 모습. (출처: 신화=뉴시스)

 

달러 패권 위협하는 비달러화

브라질-아르헨 수르시도 중

남미판 유로가능성에 기대감

브라질 중앙은행실물경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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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9.23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수르(Sur: 스페인어 남쪽 뜻)’로 부르는 공동통화(currency)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 새로운 통화는 역내 무역을 촉진하고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제안은 라틴 아메리카 통합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논의하게 한다. 이 공동통화안은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북부 국가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의존도를 피하기 위한 통합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를 나타내는 과하지 않은(modest)’ 제안으로 보인다.

미국의 변덕스러운 통화정책으로부터 중남미 국가들을 보호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지구촌 기축통화의 하나인 유로화에 비견될만 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경제는 반세기 동안 두 번의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통화 수르의 목표가 다른 남미 국가들을 합류시키는 것이라면, 각각 나라들을 뒷받침해 줄 견고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만일 그런 지원이 없다면 오로지 일련의 분열된(fractured) 경제만 목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잘 이해하기 위해 경제적,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경제적 수준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긴밀한 상업적 관계를 맺고 있다. 둘 다 대규모 원자재 수출국이며 유사한 생산 구조를 갖고 있지만 브라질이 더 강력하다.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있어 그렇지 못한 아르헨티나가 균형을 맞추지 못해 양국이 통화정책을 공유하는 데 중대한 문제가 된다.

지정학적 차원에서 세계는 점점 강대국 간의 경쟁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아마도 남미에서 달러 사용을 줄이는 것을 절대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게 가장 논리적일 것이다.

반면 중남미 국가들은 역내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럽처럼 통화가 통합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완전한 공동시장을 이뤘던 유럽연합과 현재의 남미의 상황은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이런 경제적 동인 말고도 국가 자체 내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공동 통화 추진과 관련이 있다. 좋든 나쁘든 정부 성과를 정당화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대단한 상상력의 대중영합주의자(populists)들이 있다. 가령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마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즉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이슈를 심리적 문제로 여긴다는 것이다. 단일통화 제안에 대해서도 심리적인 여론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라틴 아메리카인 여론에서 남미 단일통화 제안에 대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숱한 지정학적, 경제적 차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 통화가 향후 어떻게 사용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다만 중남미 경제가 평가절하된 것은 분명하며, 중남미 통화 문제는 여전히 국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결부돼 있다.

결국, 하나 이상의 회원국이 안정적 경제를 누리는 유럽연합(EU) 및 유로존(Euro Zone)과 달리 브라질 중앙은행과 실물경제는 아직 신뢰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궁극적으로 안정된 공동통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초국가적 통화 권한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달성이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잠재적인 역내 경제통합으로 가는 길은 거시경제정책을 조정하고 정치, 법률 및 경제 제도의 지원을 받는 단일한 중앙은행을 의미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이런 수준의 정책 품질을 제공할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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