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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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원전확대 정책을 공언했다. 대통령이 된 후 이 공언은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탈원전 폐기 선언은 물론 원전산업의 활성화와 원전수출산업의 부흥을 선언하고 원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원전확대 정책은 이어졌다. 2022년부터 2036년까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핵심 내용도 원전확대에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23.4%에서 2030 32.4%, 2036 34.6%로 올라간다. 이는 탈원전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가 밝힌 2030년 발전량 목표치의 23.9%에 비해 8.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구체적인 원전확대 방안은 무엇일까?

가동 중인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한정돼 있는데 상향 목표치만큼 신규 원전을 더 증설할까? 하지만 원전의 건설기간은 1~2년 걸리는 것이 아니다. 평균 10여년 정도 걸린다. 당장의 전력 수급과는 거리가 먼 미래의 일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손쉬운 확충 방법으로 폐로를 앞둔 노후원전의 연장 가동을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확대 방안의 실체는 다름아닌 노후원전 연장 가동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030년까지 10기의 노후원전이 폐로를 앞두고 있다. 기장 고리 2호기가 올해 4월 설계수명 종료되며, 이어 고리 3·4호기, 영광 한빛 1·2호기, 경주 월성 2호기 등이 5년 내 설계수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바로 이 설계 수명이 다하는 10기의 노후원전 연장 운전을 통해 원전확대 플랜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원전의 폐로 연한인 설계 수명은 최대 40년이다. 그런데 설계 수명이 만료된 원전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만족할 경우 연장 가동이 가능하다. 이것이 계속운전이다. 그래서 정부는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고리2·3·4호기와 한빛1·2호기 및 월성2호기 등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원전 10기를 차례로 폐기하려던 문재인 전 정부와 반대로 노후원전 10기를 다시 재정비해서 수십년 더 쓰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자동차 수리하듯 하루 이틀 만에 뚝딱 원전 수명을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원전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데는 대략 4~5년이 걸린다. 운영사인 한수원이 설비 안전성을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만 10~24개월,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에 18개월 걸린다. 이와 동시에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심사에만 24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노후 설비 교체에도 수개월이 걸린다. 이렇게 절차가 까다롭고 힘든 이유는 그만큼 사고의 위험이 크고 안전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발표를 근거로 법 개정을 건너뛰려 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절차를 무시하거나 생략하는 게 아니라 효율화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절차와 안전장치도 무시하고 ‘연장을 기정사실로 정해놓고 추진되는 노후원전 수명 연장은 핵발전소 사고위험을 가중시키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후원전 이용률을 극대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후원전이 많은 프랑스의 경우 원전은 56기이지만 최근 5년간 원자력 발전량은 약 30% 감소했다. 프랑스 원전의 평균 가동 년수가 30년을 넘어서면서 부식과 고장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닥칠 문제다. 따라서 노후원전 재가동을 통해 전력 생산량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공허한 외침이 될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아직 폐연료봉을 저장할 폐기물 저장시설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내 임시저장시설도 고리와 월성, 한울 모두 95%가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태다. 재가동에 앞서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 마련 등 안전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고준위핵폐기물 대책도 없이 추진되는 수명 연장은 지역 주민들과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점검과 근본적 해결 없이 수명 다한 노후원전의 무조건적인 연장 가동은 사실상 국민안전 포기나 다름이 없다는 지적을 윤석열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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