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처음 발효한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유지 여부를 놓고 27일 회의를 연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PHEIC가 유지되면 각국의 방역 태세에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해제될 경우 확진자 격리기간 단축, 마스크 의무 착용 조건 완화 등 많은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날 연합뉴스 현지 특파원 보도에 따르면 WHO는 백신·치료제의 보급과 각국의 방역 노력에 힘입어 대유행 초기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진 치명률과 중증률 등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시민들의 활동을 제약하던 방역 규제를 낮추고 다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를 놓고 논의를 진행한다.
WHO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코로나19에 대한 PHEIC 유지 여부를 논의하는 기구인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런 출구 전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긴급위원회에서는 PHEIC를 해제할 수 있는 기준부터 세워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데이터가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PHEIC를 해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취지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위험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주간 사망자 수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6만명을 웃돌았지만 같은 해 하반기로 접어들자 1만명 안팎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달 16일부터 22일 사이의 WHO 주간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1만 2천여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간 통계치에서 크게 늘거나 줄어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WHO는 고민을 가중하는 더 많은 변수들과 맞닥뜨렸다. 작년 말 방역 규제를 완화한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데다 중국 보건 당국으로부터 구체적인 방역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은 점, 오미크론 하위 변이 가운데 전파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XBB.1.5의 확산세 등도 회의 테이블에 앉을 WHO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 위원들이 PHEIC 유지 여부를 고심하며 논의할 사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