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넘쳐야 할 음력 1월 첫날 세계 곳곳에서는 비명이 들리고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은 이제 일상이 된 대량 학살로 설을 맞이했다. 설 전날인 21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몬터레이 파크의 댄스 교습소에서는 총격으로 11명이 숨졌고 버지니아주 한 초등학교에서는 6살짜리 아이가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미국에서 올해에만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이 39건에 달한다.

24일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이 90초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시카고 대학의 과학자들이 1947년 설립한 지구 종말 시계는 핵무기, 기후변화, 파괴적인 기술에 대한 세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은 올해 지구 종말 시계 초침이 자정쪽으로 10초 더 이동했다고 발표했는데 종말 시계 76년 역사상 이렇게까지 ‘지구 종말’에 가까이 간 적이 없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술핵 사용 우려가 고조된 것이 종말에 가까워진 주된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2년째로 접어들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간 탱크 지원에 망설였던 독일과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나라들에 압박에 결국 탱크 지원을 결단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러시아는 이를 자국에 대한 서방의 도발로 규정했고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나섰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가 이제 냉전이 최고조로 달한 이래로 볼 수 없었던 핵 위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지난주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세계는 5급(최고 강도) 허리케인의 중심에 있다”며 특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각국의 미온적 태도를 강도 높게 문제 삼기도 했다.

설날이었던 22일 중국 북부 헤이룽장성 모허(漠河)시의 기온은 1969년 기상 관측 이래 신기록인 영하 53도까지 떨어졌다. 불과 몇 달 전 중국은 60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겪기도 했다. 러시아 야쿠츠크시의 기온 역시 영하 62.7도로 수십년 만에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모든 극단 기후가 기후변화의 탓은 아닐 수 있으나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기후의 빈도와 강도를 악화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들은 과거 우리의 욕심들이 자충수가 돼 돌아온 격이다. 만약 세계 지도자들이 종말 시계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때가 있다면 지금이다. 평화를 이루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노력을 보여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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