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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열린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다포스포럼) 설문조사에서 고물가 위험의 경우 유럽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은 57%가 나온 반면 중국을 선택한 응답은 4%였다. 경제성장의 키를 중국이 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폐막일인 지난 20일 연례회의에서 (왼쪽부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정산업디지털주권부 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패널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 (출처: EPA=연합뉴스)

 리엔경제연구소 곽수종 소장
세계경제의 지리적 분절화

다보스포럼 화두로 떠오른 중국

팬데믹 봉쇄 3년간 자생력 검증

중국 경제회복 분절화가속화

세계경제 축, 미국유럽 vs 중국

하나 되는 미래분절화 불가능

[핵심 요약]

올해 세계경제 반등 원년 될까

2023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의 목소리는 한 마디로 불확실성이다. 현재 상황에 다소 긍정적인 견해는 주요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회피한다면 올해가 세계경제 반등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너무 깊은 비용 및 투자 삭감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비용 절감을 강조하고 일자리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중국 경제회복, 양날의 검

중국의 경기회복은 동전의 양면 혹은 양날의 칼과 같다. 예컨대 중국경제의 빠른 회복은 지리경제학적인 분절화를 가속화시킨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과 유럽 대 아시아 경제권으로 크게 양분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결코 분절화될 수 없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이나 인도 경제에 깊게 스며드는 과정일 뿐이다. 미래에는 국경도 인종도 언어조차도 다름이 사라지고 같음으로 바뀔 뿐이다. 세계는 이미 하나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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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다보스 포럼에서 나온 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의 목소리는 한 마디로 불확실성이다.

일부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추진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금리 정책은 경기침체의 단초가 됐고,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구조조정과 함께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1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상승이 정점에 도달했고, 이로써 경기 연착륙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금리상승은 글로벌 경제를 더욱 장기적인 침체로 빠지게 한다는 경고도 있다.

요약하자면, 현재 상황에 다소 긍정적인 견해는 주요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회피한다면 올해가 세계경제 반등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너무 깊은 비용 및 투자 삭감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비용 절감을 강조하고 일자리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글로벌 경제의 큰 그림이 바뀔 때 기업은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선제적인 대량해고를 통해 비용절감과 부채 축소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기침체 속에서도 성장했던 기업들은 투자확대에 나섰음을 상기해야 한다.

2008년 컬콤(Qualcomm) 등이 금융위기 전 R&D 투자를 늘리고 부채를 축소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월스트리스트 저널에서는 독일 기업들이 2008년 당시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할 때 일시 휴직(Furlough) 등을 통해 숙련된 직원을 지속 고용하고, 마침내 2010년 중국 경제가 회복됐을 때 독일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세계 경제침체 속 성장 키 중국

키는 중국이 쥐고 있는 듯 보인다. 다보스 포럼 설문조사에서 고물가 위험의 경우 유럽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은 57%가 나왔다. 반면, 중국을 선택한 응답은 고작 4%. 아울러 미국과 유럽에서 통화 긴축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50%를 넘었다. 오히려 중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통화공급을 늘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세계경제 반등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은 마침내 팬데믹에 따른 봉쇄조치를 포기하고 전면 개방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향후 소비와 물류 이동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회복은 동전의 양면 혹은 양날의 칼과 같다. 예컨대 중국경제의 빠른 회복은 지리경제학적인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를 가속화시킨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과 유럽 대 아시아 경제권으로 크게 양분된다는 의미다. 중국경제의 빠른 부상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동산 위기로 미국경제가 급강하 함으로써 상대적 반대급부로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이 급격히 부상했었다는 점을 다시 연상시킨다. 2014년 중국 GDP는 일본 GDP4000억 달러 정도 상회하면서 세계 2위 경제로 급부상했다. 2025년 세계 1위의 제조업 국가, 2030년에는 세계 1위 경제 대국을 이룩한다는 중국몽(中國夢)’은 가능할 것인가?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린이푸(林毅夫)가 지난 2020년 중국강연에서 2030년이면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서고, 2050년이 되면 미국의 패권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19일에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경제가 2035년까지 미국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세계경제가 양분되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의 의미다. IMF는 이 경우 세계경제는 약 7% 정도 GDP의 감소를 초래하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 고용 증가율이 점차 2%대에서 1%대로 하락할 것으로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리경제학적 분절화18~19세기 당시 중국과 인도 경제가 세계경제 GDP55%를 차지하던 유럽과 아시아와 대비해 세계경제가 이분화한 형태와 같다. 이후 20세기 동안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경제질서로 구축돼왔으며, 마침내 21세기 들어 다시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중심으로 세계경제 축이 바뀌는 것이다.

이 와중에 19세기 당시 세계 기축통화였던 은()의 유입이 모두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던 것이 청조(淸朝) 붕괴의 단초 중 하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태평천국의 난과 아편전쟁 등으로 청조는 붕괴되고 20세기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분에 이은 중국 근현대 역사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의 실천적 과제가 1979년 미국과 정상적인 외교관계 회복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30년간 독자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1991년 구소련의 붕괴 직후 보다 빠른 시장경제체제의 접목을 묵인해온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분절화를 혹자는 백인종황인종의 인종 갈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분절화에 대한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 세계경제의 협력과 분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세계경제의 지리경제학적 분절화위기위험보다는 기회의 요인도 상당부문 잠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를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보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각국 정부는 수출제한, 이민억제, 자본 유출입 통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경제의 통합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이 같은 분절화를 통해 해당 국가는 특정 사안에 대해 전략적 이해관계를 제고할 수 있겠으나 결론적으로는 수입물가 상승, 시장 분절, 기술 및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 감소, 생산성 하락 등을 통해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셋째, 금융부문에도 영향을 주면서 국가 간 금융거래 비용을 중가시키고, 다수 국가들은 금융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외 부채 축소와 같은 값비싼 자가보험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진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열리면서 국제협업과 공조는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국제경제 이론에서 말하는 비교 경쟁력에 따른 합리적 교역 이론이 더 이상 설명력을 갖지 않게 된다는 논리다. 11이 합쳐지면 45가 되기보다 최대 2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매우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분절화위기를 기회로 삼을 방법

분절화를 기회의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이유도 있다.

첫째, 세계경제는 개도국과 신흥국이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한다. 그 중심에 위치하는 국가가 최근엔 중국이다. 중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다지만, 그래도 아직 14억 인구고 주변 14개 국경인접 국가들의 흡입력을 감안하면 언젠가 필요에 의해 중국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잠재 인구는 충분히 크다.

둘째, 이번 봉쇄조치 기간 동안 보여준 중국경제의 자생력(自生力)은 세계경제와 충분한 교역 없이도 일정 기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잠재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문제는 봉쇄에서 개방으로 급선회라는 조치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요인으로 판단하는 경우다. 예컨대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충분조건을 경제가 아니라 정치민주화의 속도로 보는 경우다. 시진핑의 제3연임 시기가 다가올수록 이에 대한 판단이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무엇이든 서두르지 않는다.

셋째,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금융질서의 분절화 가능성이다. 미국 달러화는 중국 위안화의 도전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회원국, 프랑스 및 일부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세계 기축통화 혹은 금융질서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2003년에도 있었다. 2008년에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소개됐다. 제조업은 중국의 경쟁력을 능가할 국가경제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당분간 하이앤드(high end, 고가)’ 제품이 아니라 중저가(low-middle end)’ 부문에서의 경쟁력 얘기다.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는 저가 상품의 수출로 21세기 초입부터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를 구가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계경제는 결코 분절화될 수 없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이나 인도 경제에 깊게 스며드는 과정일 뿐이다. 미래에는 국경도 인종도 언어조차도 다름이 사라지고 같음으로 바뀔 뿐이다. 세계는 이미 하나가 돼가고 있다.

[용어설명]

지리경제학적 분절화(Fragmentation)

·중 무역갈등에서 촉발된 분절화 조짐이 최근 본격화되면서 성장과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분절화 위험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대러 경제 제재로 고조됐으며 최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되며 확대될 우려를 낳았다.

흑묘백묘(黑猫白猫)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주장하던 덩샤오핑이 펼친 경제 정책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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