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정부 운용 투명성 요구… 공개 입법 도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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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지난해 시작된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원조와 관련해 최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고위직 물갈이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선 최근 고위 관료 11명이 사임하거나 직위에서 해임됐다. 국방부 차관과 검찰부총장, 대통령실 차장, 사회 정책 차관, 지역 개발 담당 차관 2명 등이 교체됐고, 키이우·수미·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5명의 주지사가 줄사퇴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에 공직자 부패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고위 관리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이나 내일쯤에 부처 및 다른 중앙정부 조직뿐만 아니라 지방 및 수사 기관의 다양한 직급에 대한 인사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 해외 출장에 대한 감사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 매체들은 사퇴한 관료 중 상당수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군대의 보급품 공급을 감독하던 뱌체슬라프 샤포발로우 국방부 차관이 최근 부패 혐의에 관한 언론 보도에 결백을 호소하며 사임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언론 매체는 그의 감독하에 군 식품부가 시장가보다 2~3배 비싼 값에 보급품을 사들였다고 주장하는 기사가 게재된 후 대중의 항의를 받고 사임했다. 

올렉시 시모넨코 검찰부총장은 최근 한 우크라이나 사업가 승용차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스페인 휴양지 마르베야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현지 언론의 뭇매를 맞다가 교체됐다. 우크라이나는 전시법에 따라 18세에서 60세 사이의 남성은 일반적으로 정부 허가 없이 해외로 나갈 수 없다.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은 지난해 10월 기증받은 쉐보레 타호 SUV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현지 기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티모셴코 차장은 차량 사용을 인정했지만 잘못을 부인했다. 지난달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티모셴코 차장은 1200㎡(363평)의 대형 맨션에 살고 있었다. 이에 그는 보안상 이유로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주말에도 바실 로신스키 인프라부 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에 연루돼 해임됐다. 그는 발전기 구매와 관련 40만 달러(약 5억원) 상당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부정부패와 관련한 개혁은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원조를 둘러싼 부정부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경제 규모가 3분의 1이나 축소돼서 서방의 원조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이나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정부 운용 투명성을 거듭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 의회의 상임위는 23일 정부 조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에 동의했다. 의회는 전시에 조달 가격을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입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중대 부패 스캔들은 미국 등 동맹국이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과 같은 지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키이우를 노리는 러시아의 정치적 공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 부패 #우크라이나 서방 원조 #우크라이나 부정부패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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