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여권번호·LEI 투자 허용
내년 자산 10조 법인 영문공시
통합계좌 투자 내역 보고 폐지
장외거래 사후 신고범위 확대

image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제6차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자본시장 분야 규제혁신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제공: 금융위원회) ⓒ천지일보 2023.01.19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연내 폐지하고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영문공시를 의무화한다. 이를 통해 국내 투자 환경을 글로벌 기준에 가깝게 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먼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2년 도입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채권)에 투자하려면 ‘외국인 투자등록, 상임대리인(보관기관) 선임, 국내 직접계좌 개설’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우리 자본시장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합리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작년 “한국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다”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연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개인은 여권번호로,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기존에 투자자 등록을 한 외국인의 경우, 종전에 사용하던 투자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 의무도 폐지된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말한다. 지난 2017년 제도로 도입됐으나 투자 내역 보고 의무로 인해 현재까지 개설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비활성화돼 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통합계좌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통합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가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하도록 했다. 

외국인의 장외거래 사후신고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사전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 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신고 대상에 적극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조건부 매매, 직접 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 등만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로 정해왔다. 

금감원은 “사전심사건 중 심사 필요성이 낮고 시장참여자의 장외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신고 대상에 적극 포함시켜, 사전심사에 따른 투자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이라면 시장에 필요한 중요정보에 대해 영문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 국내 영문공시는 비영어권인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영문공시는 2022년 기준 국문공시의 13.8% 수준에 불과하고, 사업보고서 등 금감원에 제출하는 법정공시는 사업보고서에 첨부되는 재무제표에 대한 영문 자동번역만 제공되는 수준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내년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에 이어 오는 2026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까지 영문공시 의무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영문공시 확산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국제기준에 맞춰 우리 자본시장의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편의성이 증대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외국인 개인과 해외 교민, 중소 기관투자자도 글로벌 증권사에서 개설한 통합계좌를 통해 손쉽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하고, 이후 시스템 개발을 거쳐 연내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