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한류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전 세계인에게 한국의 문화도 알려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는 우리 전통 한복이 소개됐다.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선조들이 지켜온 명품(名品)  그 자체인 우수한 전통문화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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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 아궁이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따뜻하니 일단 드러눕고 본다. 뜨끈뜨끈한 ‘온돌(溫突, 구들)’은 찬바람에 꽁꽁 얼어붙은 손과 발을 금세 녹여준다. 차가워진 마음도 어느새 스르르 녹아내린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엔 웃음꽃이 절로 피어오른다. 일례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이 그러했다. 선수촌 숙소에 현대식 온돌이 적용됐었는데 온돌 특유의 아늑하고 따뜻함은 경기에 지친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했다. 쇼트트랙 스타인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이 잠옷 차림으로 온돌바닥에 누워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우수한 온돌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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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쇼트트랙 스타 샤를 아믈랭이 잠옷을 입은 채 선수촌 거실 온돌 바닥에 누워 TV를 보고 있다. (출처: 샤를 아믈랭 인스타그램 캡처) ⓒ천지일보 2023.01.25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 담아내 

‘따뜻하게 데운 돌’이라는 뜻의 ‘온돌’은 한국 고유의 난방 방식이다. 온돌은 고유성을 인정받아 한국어 발음 그대로인 ‘ondol’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돼 있다. 

온돌을 빼놓고 우리 주거 문화를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온돌의 진면목이 나타나는 때가 있으니, 바로 혹독한 겨우살이가 시작되는 입동(立冬) 무렵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우리 선조들은 겨울이 찾아오기 전 반드시 옷과 먹거리를 쟁여두는 월동(越冬) 준비를 마쳐야 했다. 의식과 함께 따뜻한 거주 공간도 중요했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겨우 내 사용할 수 있는 땔감을 준비했다. 또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온돌은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겨울에는 제격이었다.

그렇다면 온돌의 난방 원리는 어떨까. 온돌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 아궁이의 열기가 온돌로 들어가도록 하는 ‘부넘기’, 방바닥 아래로 열기가 지나가는 ‘고래’, 열기 위에 깔아 방바닥을 만드는 ‘구들장’,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굴뚝’ 등으로 구성됐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화기가 방 밑에 깔아둔 구들장(넓적한 돌)을 따뜻하게 데운다. 열기는 방 전체로 퍼져 난방이 되고, 연기는 굴뚝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방 안이 따뜻하니 창밖의 펑펑 내리는 눈도, 매서운 바람도 무섭지 않게 된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족과 먹는 고구마 한 조각. 온돌은 그렇게 훈훈한 추억을 안겨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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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와 온돌 관련 이미지 (일러스트-장수경 기자) ⓒ천지일보 2023.01.25

◆문헌 속에 기록된 온돌 

온돌의 시작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일부 지역의 신석기시대 움집에서 발견된 구들의 흔적을 예로 들기도 한다. 서기 4세기 황해도 안악 3호분이 고구려 벽화에도 그려져 있다. 중국 고대 기록인 ‘구당서(舊唐書)’에는 온돌의 가장 오래된 기록이 있다. 구당서의 고구려전(高句麗傳)에는 “겨울철에는 모두 긴 구덩이를 만들어 밑에서 불을 때어 따뜻하게 했다”고 기록됐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백제 온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내용을 보면 “백제왕이 왕흥사(王興寺)에 가서 예불을 드리려 할 때 먼저 그 바위에서 부처를 향해 절을 하니 돌이 저절로 따뜻해지므로 돌석(堗石)이라고 하였다”라고 했다. 

문인인 최자(1181~1260)가 쓴 보한집(補閑集)에는 ‘땔나무로 불을 피운 후 온돌을 따뜻하게 했다’며 온돌방을 묘사했다. 이 기록은 고려시대에도 온돌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온돌과 관련한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다. 1653년 당시 제주 목사 이원진이 편찬한 탐라지에는 ‘기와집이 아주 작고 벼슬아치 외에는 온돌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의 실학자인 이익(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종들마저 따뜻한 방에서 잠을 안 자는 자가 없다”라고 했다. 지역적 편차는 있지만 조선 후기에는 백성들도 온돌을 사용하게 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온돌을 대신한 현대 난방 장치 

시간이 지나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방식은 조금씩 변화했다. 오늘날은 난방 장치인 보일러는 온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보일러는 온돌을 기반으로 발전된 형태다. 보일러에서 데워진 따뜻한 물이 방바닥에 설치된 관을 돌며 바닥 전체를 따뜻하게 데워 주는 개념이다. 

서양의 경우 한국처럼 방바닥을 데우는 것이 아닌, 라디에이터 등 난방기를 통해 공기를 덥혀 난방을 한다. 하지만 난방기를 끄면 금방 공기가 식는 단점이 있다. 또한 사용 과정에서 공기가 오염되기도 해 환기를 자주 해 줘야 한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은 한국 전통 난방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북미 지역에 불어닥친 최악의 한파로 인해 한국의 난방 방식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준봉 온돌학회 회장은 “현대 난방을 연구하는 외국인들은 건축 시 바닥 난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며 “히터를 사용하는 구조 보다 건축 비용은 더 들지만 바닥 난방이 더욱 쾌적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는 불을 직접 때는 방식보다는, 따뜻한 물이나 전기를 이용해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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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온돌기술자교육 (제공: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 ⓒ천지일보 2023.01.25

◆“세계화 위해 유네스코 등재 추진해야”

이런 가운데 한국이 온돌 강국으로서 세계화를 이루려면 온돌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모두 15건, 인류무형문화유산 22건이다. 하지만 온돌은 아직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지 않다.

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제온돌학회가 온돌의 세계문화유산의 가치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당시 국가적으로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었다. 우선 민간으로 계승될 뿐, 국가적인 온돌 장인이 없었다. 온돌 관련된 문화재 역시 부재였다. 

이후 정부와 국제온돌학회는 본격적인 등재 추진을 위해 하나씩 과정을 거쳐왔다. 김 회장은 “2014년에는 한옥 장인으로 와공(瓦工, 기와장), 대목(大木) 등은 인정됐으나, 온돌 자체는 장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기였다”며 “이후 법 개정을 했고 온돌공 기술자격검정을 시행해 매년 20명씩 장인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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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보성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 (출처: 보성군) ⓒ천지일보 2023.01.25

2018년에는 ‘온돌문화’가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 135호로 지정됐다. 지난해 4월에는 ‘보성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가 국가문화재로 등록됐다. 문화재청은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는 우리나라 온돌문화의 핵심 재료인 구들장을 채취했던 곳으로 산업 발전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유구(채석장 및 운반로)가 비교적 잘 남아있는 곳”이라며 지정 가치를 밝혔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칠불사의 ‘아자방(亞字房, 스님이 불경을 읽는 곳)’에 대한 복구 작업도 진행돼왔다. 아자방은 6.25전쟁 당시 훼손됐다가 1982년 복원했지만 옛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다시 해체 후 복원 과정을 거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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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크기로 재현된 칠불사 ‘아자방’ 체험관 (제공: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 ⓒ천지일보 2023.01.25 

김 회장은 “칠불사의 ‘아자방’은 온돌의 최고 정수로 꼽히는 건축물로, 한번 불을 때면 49일간 따뜻하고 90일간이나 온기가 남는다는 전설의 장소”라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구들 흔적을 찾아 거의 복원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자방의 국가무형문화재 승격 신청을 통해 문화재로 등록되면 이후 다시 온돌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오늘날 한국의 온돌 방식 난방을 체험한 외국인들은 그 따뜻함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고 있다. 또 온돌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본 해외 네티즌들도 온돌에 대한 부러움도 보이고 있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전통문화인 온돌.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이 담긴 온돌이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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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사 ‘아자방’ 체험관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고 있다. (제공: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 ⓒ천지일보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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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사 ‘아자방’ 체험관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고 있다. (제공: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 ⓒ천지일보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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