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터미널 귀성객 붐벼
선물 꾸러미 들고 발걸음 재촉
추워진 날씨에 패딩입고 분주
가족 만날 생각에 표정은 밝아

image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KTX 송정역에 도착한 귀성객들이 손에 선물을 들고 고향을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고향 땅을 밟습니다. 이번 연휴 기간에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요.” - 광주광역시 광천터미널서 만난 이선영(39, 여)씨.

“취업 후 맞는 첫 설이라 새롭습니다. 취업 준비로 몇 년 고생했는데 아무 말 없이 든든하게 응원해 주신 부모님께 취업 선물로 따뜻한 내의를 준비했어요.” - 의정부 사회초년생 김민재(20대, 남)씨.

“외동딸인데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못해 항상 부모님께 죄송합니다. 이번 설 연휴에는 근교로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고 선물은 현금과 작은 선물세트를 마련했어요.” -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이지현(30대, 여)씨.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20일 전국 곳곳의 버스터미널에는 고향을 향한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후 9시 요금소 기준 5시간 10분이었다. 서울에서 대구는 4시간 10분, 서울에서 광주 5시간, 서울에서 목포 5시간 20분으로 본격적인 귀경길 정체가 시작된 분위기다.

이에 본지는 20일 전국 버스터미널 등을 찾아 귀성객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펴봤다.

image
[천지일보 의정부=김서정 기자] 20일 오후 7시 55분 의정부터미널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막차가 매진된 채 출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오후 되자 북적이기 시작한 의정부 터미널

오전에는 다소 한가했던 의정부 터미널이 오후가 되지 북적이기 시작했다. 버스표도 거의 매진이었다. 19일보다 떨어진 기온에 귀성객들은 두꺼운 패딩 차림에 따뜻한 음료를 손에 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손 가득 선물 꾸러미를 든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어르신은 버스가 도착했는지 연신 정류장 쪽을 바라보며 주시하고 있었다.

큰 배낭을 메고 대합실로 들어오는 대학생, 택시에서 허겁지겁 내려 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귀성객 등 모두의 얼굴에는 설레임이 가득차 보였다.

image
[천지일보 경기=최유성 기자] 설 명절을 앞둔 20일 수원역 대합실에 수원 시민들이 고향을 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경기도 양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한지호(39, 남)씨는 “명절 때마다 친척들의 결혼 압박에 시달린다. 작년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안 내려갔지만 올해는 피할 수 없다”며 “이번에도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전세금이나 보태 달라고 할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수원역 대합실에도 수원 시민들이 고향을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들어가기에 바빴다.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안창현(가명, 30대, 남)씨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고향에 내려간다”며 “마음이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image
[천지일보 원주=이현복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0일 원주종합버스터미널에 귀성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귀성객 뚝 끊겼던 원주터미널도 붐벼

강원도 원주종합버스터미널도 붐볐다. 마치 코로나19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 듯 오랜만에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해 귀성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곳이었다. 이상복(55, 남, 강원도 원주 우산동)씨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발생으로 마음 놓고 부모 형제들을 만나지 못해 해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며 “이번에 비대면이 해제돼 자유롭게 부모님을 만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절벽 같은 경제 침체로 지갑이 얇아져 부모님 용돈을 많이 못 드릴 형편이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image
[천지일보 전주=김동현 기자] 20일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의자 옆에 선물과 캐리어를 두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전주고속터미널 귀성객들 발걸음 재촉

한파까지 겹친 날씨지만 가족들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까지 멈추게 하긴 역부족인가보다.

이날 전북 전주고속터미널을 찾은 귀성객들의 발걸음은 부산스러웠다. 양손엔 선물세트를 들고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표정만은 밝아보였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전주에 도착에 어머니를 기다린다는 곽민영(25, 여,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씨는 “지난주 가족들과 만났지만, 설을 맞으니 또 설레고 뭔가 쉬러 오는 기분”이라며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박 2일 경주로 가족여행을 갈 예정”이라며 설을 맞아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고 싶었다. 새해를 맞이해 가족들이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이야기했다.

곽씨와 얘기하는 순간에도 속속들이 버스가 도착해 귀성객들이 쏟아졌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던 이찬호(27, 남,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씨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며 새해 소망에 대해 “직업을 빨리 정해서 마음 편하게 집에 가고 싶다”며 “새해에는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속버스터미널 2층 도로변에 있는 택시 승강장에도 귀성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서 있던 택시들은 터미널에서 나오는 귀성객들을 태우기에 바빴다.

image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천 종합버스터미널에 귀경객들이 무인 발권기에서 표를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광주버스터미널, KTX송정역도 붐벼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귀경 행렬이 시작된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종합버스터미널에는 주차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버스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광산구 KTX 송정역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가운데 맞는 명절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양손에 선물 꾸러미를 든 시민들의 표정에도 화색이 돌았다. 도착한 가족과 포옹을 하며 기뻐하는 모습도 보였다.

image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천 종합버스터미널에 귀경객들이 선물 꾸러미를 버스 트렁크에 싣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무인 발급기에는 귀경객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 표를 구매하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기 바빴다. 광주에서 목포로 향한다는 김진호(59)씨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가족들과 담소를 나눴다. 애완견을 데리고 서울에서 왔다는 한철수(가명, 50대)씨는 “고향에 내려오니 공기부터 다르다”며 “친구도 만나고 조카들과 함께 인근 담양에서 관광도 할 것”이라고 설 연휴 계획을 공개했다.

image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20일 오후 4시경 귀성객들이 부산역에 도착한 가운데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 설 명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여행용 가방 든 귀성객 명절 분위기 UP

이날 부산역도 오후 4시경이 되자 여행용 가방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설 명절 분위기를 자아냈다. 충남 천안에서 왔다는 김성태(가명, 40대, 남)씨는 “송도에서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며 “아버지께서 얼마 전 수술받으셨는데 어떠신지 궁금해 빨리 뵙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부산 남구에 사는 박지훈(가명, 50대, 남)씨는 “부모님을 뵈러 서울행 기차를 타러 가고 있다”며 “명절 때마다 뵙기는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자식한테 영향이 있을까 늘 노심초사하고 계시다”며 “경기가 풀려서 부모님도 한시름 놓으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미정A, 이미애, 류지민, 김동현, 김서정, 이현복, 윤선영, 최유성 기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