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같은
나태주(1945 ~ )
멀리서 머뭇거리기만 한다
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다
와서는 잠시 있다가 또
훌쩍 떠난다
가슴에 남는 것은 오로지
서늘한 후회 한 조각!
그래도 나는 네가 좋다.
[시평]
첫눈은 우리에게 늘 설레임을 준다. 어디 첫눈뿐이랴. 첫 만남, 첫사랑, 첫 키스, 모든 ‘첫’은 우리에게는 설레임과 아련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 ‘첫’에게서 우리는 어쩌면 선뜻 다가가지를 못하고, 다만 멀리서 머뭇거리기만 하는지도 모른다. 서툴게, 그러나 그 순수한 서툶으로 인해 오히려 신선한 우리의 그 ‘첫’, 늘 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 그런 그리움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기다려도 오지 않다가, 우리도 모르게 문득 왔다가는 잠시 머무르고는 훌쩍 떠나가고 마는 것. 그래서 가슴에 오로지 서늘한 후회 한 조각만을 남겨놓는 것. 아, 아 그래서 첫 만남은 순수한 것이고, 첫 키스는 아련한 것이고, 첫사랑은 풋풋한 것이리라. 그래서 늘 가슴에는 조금만이라도 더 잘 할 것을 하는, 후회만을 남겨두는 것이리라.
그래도 우리는 이 ‘첫’이 좋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싱그러워진다. 첫 만남, 첫사랑, 첫 키스, 잊어버린 듯하다가도, 어느 날 문득 우리를 급습하듯 다가오는 그 순수함, 우리를 흔들어놓는 풋풋함. 그 ‘첫’은 어쩌면 우리의 저 보이지 않는 곳 멀리에 내장돼 있는, 우리 본래의 그 모습, 모습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