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尹발언 지켜봐… 韓설명 기다려”
외교부 “이란 관계와 무관… 관계발전 의지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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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3.1.1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을 둘러싸고 외교적 파문이 일고 있다.

당장 이란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이에 한국 외교부는 ‘장병 격려 차원’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尹 “이란은 UAE의 적” 발언 파문

논란의 시작은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UAE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하더니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이란이 한국의 ‘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이란과의 관계, 이란 현지 교민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졌다. 한국과 이란 관계에 불필요한 오해나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수 있는 등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란은 대이란 제재 이전까지 한국의 중동 내 주요 교역상대국이었고 원화 동결자금 문제 등 양국 간에 관리해야 할 현안도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란과 아랍권의 관계에 너무 무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에서도 해명에 나섰는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6일 UAE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면서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란 불쾌감에 외교부 적극 진화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발언의 대상국인 이란 정부가 불쾌감을 내비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비외교적(undiplomatic)”이라며 “심각하게 지켜보고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또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UAE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과 역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과 빠르게 진행되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하다(totally unaware)는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수년간 악화되던 이란과 걸프국들 간 화해무드가 작년부터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에는 UAE도 6년만에 주이란대사를 파견하는 등 UAE-이란 모두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윤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UAE가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는 전날에 이어 17일(한국시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었다”며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해명에 진땀을 쏟는 모습이다.

#외교부 #UAE의 적 #이란 외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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