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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현배

아주 오랜 옛날, 일본을 만든 것은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였다. 두 신은 결혼해 바람의 신, 곡식의 신, 강의 신, 항구의 신, 산의 신 등 여러 자식을 낳았는데, 마지막으로 낳은 자식이 불의 신이었다. 그런데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낳다가 큰 화상을 입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자나기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를 데려오려고 저승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자나미는 저승에 와서 흉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얼굴에 구더기가 들끓고, 몸이 절반쯤 썩어 진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자나기는 그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승에 온 것을 후회하며 죽을힘을 다해 저승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승으로 돌아온 이자나기는 바다로 뛰어들어 목욕을 했다. 몸에 저승의 냄새가 배어 있어 그 때를 벗기려고 말이다. 그런데 몸을 씻는 동안 여러 신이 태어났다. 왼쪽 눈을 씻자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생겨났고, 오른쪽 눈을 씻자 달의 신 츠쿠요미가 나왔다. 또한 코를 씻고 나니 폭풍의 신 스사노오가 태어났다.

이자나기는 자식들의 탄생을 기뻐하며 먼저 아마테라스에게 말했다.

“너한테는 하늘을 주마. 이제부터는 하늘을 다스려라.”

이자나기는 아마테라스에게 자기 목에 걸고 있던 구슬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이 아마테라스가 태양의 여신으로, 일본의 최고신이다.

이자나기는 달의 신 츠쿠요미에게 말했다.

“너에게는 밤의 세계를 주마. 이제부터는 밤을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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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이자나기(오른쪽)가 창을 들고 바닷물을 휘젓고 창 끝에 묻은 물방울로 오노코로 섬을 만들고 있다.  (출처; Kobayashi cnEitaku, ''Izanagi and Izanami'', c. 1885)

이자나기는 폭풍의 신 스사노오에게도 임무를 맡겼다. 

“너에게는 바다를 주마. 이제부터는 바다를 다스려라.”

아마테라스와 츠쿠요미는 이자나기의 명을 받들어 하늘로 올라갔다. 그래서 아마테라스는 하늘을, 츠쿠요미는 밤을 다스렸다. 그러나 스사노오는 이자나기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다로 가지 않고 온종일 울기만 하는 것이다. 이자나기가 보다 못해 스사노오에게 물었다.

“너는 어째서 울기만 하느냐?”

스사노오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요. 어머니를 만나러 저승에 가고 싶어요.”

“뭐, 뭐라고? 못난 놈, 네 멋대로 해라. 가고 싶으면 어디든지 가 버려!”

이자나기는 불같이 화를 내며 스사노오를 쫓아 버렸다. 이때부터 폭풍의 신은 소리 내어 울며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스사노오는 어머니를 만나러 저승으로 가기 전에 누나인 아마테라스를 만나려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 하늘이 심하게 흔들리자 아마테라스는 이렇게 생각했다.

‘스사노오가 하늘을 빼앗으러 오는구나. 그 녀석한테 내 나라를 넘겨줄 수야 없지.’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의 성격이 거칠고 난폭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사노오에게 맞서려고 활과 화살을 든 채 마중을 나갔다. 

“네가 어쩐 일이니?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왔지?”

아마테라스가 묻자 스사노오가 대답했다.

“어머니를 만나러 저승으로 가기 전에 잠깐 들렀어요. 누나를 만나보고 가려고요.”

“네 말을 어떻게 믿지?”

“나 참, 답답하네요. 내 속을 뒤집어 보여 줄 수도 없고…. 누나, 내가 진심인지 아닌지 내기를 할까요? 아이를 낳아 보면 내 마음이 깨끗한지 알게 될 거예요.”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는 그 자리에서 아이 낳기 대결을 펼쳤다. 먼저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의 칼을 받아 깨끗한 물로 헹구고 세 동강을 내었다. 그런 다음 그것을 입에 넣어 씹은 뒤 퉤 내뱉었다. 그러자 여신 셋이 태어났다. 

이어서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의 머리 장식인 구슬을 받아 깨끗한 물로 씻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입에 넣어 씹은 뒤 내뱉었는데 남신 다섯이 태어났다. 스사노오가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내 칼에서 순수한 여신들이 태어났으니 내 마음이 깨끗하다는 것이 밝혀졌죠?”

“응, 그래. 네 진심을 알겠다.”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를 받아들였고, 하늘에서 살게 해 주었다.

그러나 스사노오가 머물면서 하늘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스사노오가 성격이 난폭한데다 장난이 심해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른 것이다. 

하루는 아마테라스가 갈아 놓은 논을 망가뜨리고, 그 논에 물을 대는 개천도 메워 버렸다. 또 어떤 날은 아마테라스가 제물을 먹는 신전에 똥을 뿌려 놓았다. 하늘의 신들은 이것을 보고 스사노오를 원망했지만 아마테라스는 오히려 스사노오를 감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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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이티이미지뱅크)

“스사노오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제 딴에는 생각이 있어 한 짓이겠지. 하늘에 땅이 모자라니 땅을 늘리려고 개천을 메웠을 거야. 갈아 놓은 논을 망가뜨린 것은 더욱 좋은 논으로 만들고 싶어서였겠고. 스사노오가 설마 신전에서 똥을 누었겠느냐? 술에 취해서 토한 것이 똥처럼 보이는 것이겠지.”

하루는 아마테라스가 갈아 놓은 논을 망가뜨리고, 그 논에 물을 대는 개천도 메워 버렸다. 또 어떤 날은 아마테라스가 제물을 먹는 신전에 똥을 뿌려 놓았다. 하늘의 신들은 이것을 보고 스사노오를 원망했지만 아마테라스는 오히려 스사노오를 감싸 주었다. 

“스사노오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제 딴에는 생각이 있어 한 짓이겠지. 하늘에 땅이 모자라니 땅을 늘리려고 개천을 메웠을 거야. 갈아 놓은 논을 망가뜨린 것은 더욱 좋은 논으로 만들고 싶어서였겠고. 스사노오가 설마 신전에서 똥을 누었겠느냐? 술에 취해서 토한 것이 똥처럼 보이는 것이겠지.”

아마테라스가 허물을 덮어 줘도 스사노오는 못된 짓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에서 계속 말썽을 일으켰고, 그러다가 끝내는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느 날, 아마테라스의 명으로 어느 여신이 옷을 짜고 있었다. 이때 스사노오는 여신의 집 지붕으로 몰래 올라가 천장에 구멍을 냈다. 그러고는 그 구멍으로 가죽을 벗긴 말을 떨어뜨린 것이다. 여신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기겁을 하여 앞으로 넘어졌다가 그만 베틀의 북에 찔려 죽어 버렸다.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가 여신을 죽게 만들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분노와 함께 동생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겨, 아마테라스는 하늘의 바위굴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었다.

태양의 여신인 아마테라스가 몸을 숨기자, 세상은 온통 어둠에 휩싸였다. 낮은 사라지고 밤만 계속되었다. 그러자 세상은 혼란에 빠져 온갖 재앙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하늘의 신들은 800명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의논했다.

“무슨 수를 쓰든지 아마테라스님을 바위굴에서 나오게 해야 합니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지요.”

이때 가장 지혜로운 오모히카네 신이 앞으로 나섰다.

“아마테라스님을 바위굴에서 나오게 하려면 밖이 시끌시끌해야 합니다. 그래야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여 제 발로 걸어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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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오모히카네 신은 계략을 짰다. 먼저 저승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인 나가니키도리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강에서 돌을 주워 거울을 만들었으며, 구슬을 꿴 장식물을 500개쯤 만들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오모히카네 신은 하늘의 신들을 거느리고 바위굴로 몰려갔다. 

오모히카네 신은 바위굴 앞에 있는 신목(비쭈기나무)의 윗가지에 구슬 장식물을, 아랫가지에 거울을 걸어 놓았다. 그다음엔 바위굴 옆에 힘센 남자 신인 아메노타지카라오를 숨겼으며, 바위굴 앞에서 무용의 여신인 아메노우즈메에게 옷을 반쯤 벗고 뒤집어놓은 통 위에서 춤을 추게 했다. 물론 닭들을 데려와 시끄럽게 울게 했다. 하늘의 신들은 아메노우즈메가 야한 춤을 추자 하늘이 떠나갈 만큼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바위굴 속에 있던 아마테라스는 밖이 시끌시끌하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럽지? 무슨 일이 생겼나?’

아마테라스는 밖이 궁금하여 바위굴의 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아메노우즈메에게 물었다.

“내가 숨어 온 세상이 캄캄한데, 왜 당신은 춤을 추고 다 함께 웃고 있죠?”

아메노우즈메가 나무에 걸린 거울을 보여 주며 말했다.

“여기 보세요. 당신보다 귀한 신이 오셔서 즐겁게 놀고 있어요.”

아마테라스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것도 모르고 바위굴 문을 조금 더 열고 바싹 다가갔다. 바로 그 순간, 바위굴 옆에 숨어 있던 힘센 아메노타지카라오가 아마테라스의 손을 낚아챈 것이다. 그리하여 아마테라스는 바위굴 밖으로 끌려 나왔고 세상은 다시 밝아졌다.

아메노타지카라오는 아마테라스가 다시 바위굴에 들어가지 못하게 바위굴 입구에 밧줄을 둘러  막았다. 이 밧줄이 볏짚으로 만든 신성한 밧줄인 시메나와다.

하늘의 신들은 말썽을 부린 스사노오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당장 붙잡아 수염을 자르고 손톱 발톱을 뽑아 하늘에서 쫓아버렸다. 스사노오는 이제 갈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땅 위로 내려와 음식의 여신인 오호게츠히메를 찾아갔다. 

“몹시 배가 고픈데 먹을 것 좀 줄래?”

“잠깐만 기다리세요. 음식을 만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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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이티이미지뱅크)

오호게츠히메는 코와 입, 엉덩이에서 음식을 꺼내어 스사노오 앞에 내놓았다. 그때 스사노오는 갑자기 화를 벌컥 냈다.

“누구 놀리는 거야? 나한테 더러운 음식을 먹이겠다고? 참을 수 없다!”

스사노오는 그 자리에서 오호게츠히메를 때려죽여 버렸다. 그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오호게츠히메의 머리에서 지렁이, 눈에서 벼의 종자, 코에서 팥, 귀에서 좁쌀, 엉덩이에서 콩이 나온 것이다. 

스사노오는 여행을 계속했다. 그는 지금의 시마네 현인 이즈마로 발길을 옮겼는데, 니호카와 강 위쪽의 도리카미에서 젓가락이 물에 떠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으음, 여기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양이다.’

스사노오의 짐작대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사람들이 사는 집이 나왔다. 그런데 그 집에 사는 늙은 부부가 딸을 앉혀 놓고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다. 스사노오는 그들에게 물었다.

“나는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의 동생 스사노오요. 당신들은 누구고 무슨 일로 슬피 우시오?”

울음을 그치고 영감이 대답했다.

“나는 산의 신 오호야마츠미의 아들인 아시나츠치입니다. 이 할멈은 내 아내고, 이 여자아이는 막내딸이지요. 내게는 딸이 여덟 명 있었는데, 머리와 꼬리가 여덟 개 달린 오로치라는 뱀이 우리 집에 나타나 해마다 하나씩 내 딸을 잡아먹었지요. 이제 하나 남은 막내딸도 오늘 밤 잡혀 먹히게 되어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그 뱀을 해치워 딸을 구해 주겠소. 그 대신 당신 딸과 결혼하게 해 주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당연히 내 딸을 드리지요.”

스사노오는 아시나츠치에게 부탁하여 독한 술을 술통 여덟 개에 나누어 담게 했다. 그러고는 울타리를 만든 뒤 여덟 개의 문을 달아 그 안에 술통을 놓아두었다. 

그날 저녁, 스사노오는 아시나츠치의 막내딸을 빗으로 변하게 해 머리에 꽂고는 몸을 감추고 오로치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자 오로치가 나타났다. 오로치는 술 냄새를 맡고는 머리 여덟 개를 각각 술통에 처박고 정신없이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버렸다.

스사노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허리에 찬 칼을 뽑아 뱀의 몸을 잘라 버린 것이다. 뱀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 강이 온통 빨갛게 변했다. 

뱀의 꼬리를 자를 때 칼날이 상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꼬리를 헤쳐 보니 보검이 들어 있는 것이다. 스사노오는 나중에 이 칼을 아마테라스에게 바쳤다. 마범의 검 쿠사나기로, 뒷날 일본 황실의 3대 보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오로치를 죽인 스사노오는 스가라는 곳에 궁전을 짓고 아시나츠치의 딸과 결혼하여 많은 신들을 낳았다. 그의 자손 가운데는 ‘나라의 주인’이라는 뜻을 지닌 ‘오호쿠니누시’라는 신이 있는데, 최초로 나라를 세운 신으로서 오늘날까지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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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이티이미지뱅크)

<신화 이야기 해설>

일본 사람들이 믿는 신은 무려 8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산·강·바다·바위 등의 자연물과 동물·식물, 죽은 사람까지 신으로 섬기고 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아무리 신비한 존재라고 해도 일본에서 나지 않은 것은 신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신이라고 해서 다 제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자신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리라고 믿는 대상만 신으로 모셨다.

일본에서 ‘가미’라 부르는 많은 신들을 숭배하는 고유의 민족 신앙을 ‘신도’라고 한다. 신도는 제물을 바치고 춤과 노래로 신을 위로하는 주술에서 비롯되었으며, 뒤에 신도 사원을 세우고 그 안에 신을 모셨다. 

신도에서 섬기는 신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신은 태양의 여신이자 일본 최고의 신인 아마테라스다. 이 신은 일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도 사원인 이세 신궁에 모셔 놓았다. 

아마테라스를 비롯한 신도의 여러 신들에 관한 이야기는 일본 최초의 책인 ‘고지키(古事記)’에 실려 있다. 아마테라스 신화에는 스사노오에 관한 두려움 때문에 바위굴 속으로 몸을 숨긴 아마테라스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의 신들은 아마테라스를 바위굴에서 나오게 하려고 바위굴 앞에 있는 신목(비쭈기나무)의 윗가지에 구슬 장식물을, 아랫가지에 거울을 걸어 놓는다. 그런데 이때 쓰인 구슬과 거울은 일본 천황의 정통성을 나타내는 표상 중 두 가지를 뜻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스사노오가 큰 뱀인 오로치를 해치웠을 때 얻은 마법의 검 쿠사나기이다. 거울·구슬·칼은 ‘신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물건(三種神技)’이라 하여 오늘날까지 일본 황실에서 천황의 상징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일본 신화에 따르면, 천황은 아마테라스의 자손이다. 천황은 일본 최고 신의 후손이기 때문에 백성들로 하여금 천황을 살아 있는 신적 존재로 믿게 만든 것이다. 거울·구슬·칼이 천황이 신이라는 증거물로 사용된 것이다. 결국 ‘고지키’에 실린 신화는 천황이 신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림으로써 천황의 권위를 높이려고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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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이티이미지뱅크)

아마테라스 신화에서 아마테라스가 바위굴 속에 몸을 숨기자 세상은 온통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은 일식 현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일식은 달이 해를 가려 일어나는데, 대낮에도 밤처럼 캄캄해진다. 이 이야기에서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바위굴 속에 숨는 것은 일식이 시작되는 것을 뜻하고, 아마테라스가 바위굴에서 나오는 것은 일식이 끝났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전해지는 신화 가운데는 태양과 달을 오누이로 보고, 동생이 못된 짓을 하여 일식·월식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아마테라스 신화에서도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동생 스사노오가 못된 짓을 하여 바위굴 속에 몸을 숨긴다. 따라서 이 신화가 다른 나라의 신화들과 비슷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신화를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대결로 보기도 한다. 이 신화에서 스사노오는 수염이 잘리고 손톱 발톱을 뽑혀 하늘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하늘의 신을 대표하는 아마테라스와 땅의 신을 대표하는 스사노오의 후손들이 서로 맞서며 갈등을 겪는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우리나라와 관련시켜 스사노오는 신라, 아마테라스는 백제에서 건너온 후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이야기에서 스사노오는 땅 위로 내려와 돌아다니다가 오로치라는 큰 뱀을 물리치고 늙은 부부의 딸과 결혼한다. 괴물을 죽이고 제물로 바쳐진 여자를 구해 아내로 삼는 영웅 이야기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바다의 괴물을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페르세우스·안드로메다형 신화’라고 부른다. 
 

©본문 기사 내용의 저작권은 신현배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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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 있는 달의 신 쓰쿠요미 사당 (출처 Tsukuyomi shrine, Kyoto, Japan 200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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