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사회에서 ‘내 것’만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있다. 날씨가 화창하니 좋다가도 갑자기 벼락이 치면 사람들은 짐짓 “혹 내가 무슨 잘못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급한 일이 있어 길을 바삐 걷다가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봤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라도 하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 못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양심(良心) 내지는 종교성(宗敎性)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바로 양심이 걸리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것,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지만 유독 우리 민족이 더욱 강하게 느낀다. 이는 우리민족이 신앙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탕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종교이다.

그렇기에 종교(宗敎, religion)는 인간의 정신문화 양식의 하나로 삶을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에 관해 경험을 초월한 존재나 원리와 연결지어 의미를 부여하고, 또 그 힘을 빌려 통상의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인간의 불안·죽음의 문제, 심각한 고민 등을 해결하려는 것, 이것이 바로 통상적으로 말하는 종교의 의미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 곁에서 함께해온 종교. 본지는 우리나라에는 어떤 종교들이 있으며, 또 어떠한 모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종교, 즉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종단(宗團)을 소개하는 자리를 창간호를 포함 총 24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이는 각 종단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이웃종교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더 나아가 함께 상생하는 길을 만들고자 함이다.

 

▲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국종교연합은 종교 간 협력을 증진시키고자 노력해왔다. ⓒ뉴스천지

 

앞서 말했지만 우리 민족은 신앙민족이다.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손민족이라는 것이다. 각기 종교가 믿는 형식이나 모양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월적인 어느 한 존재를 믿고, 그 안에서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고, 영원한 안식(저마다 표현은 다르지만)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던 윤동주 시인의 고백은 신앙인이라면, 아니 굳이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인류가 소원하는 바일 것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초월적인 존재, 우리 인간을 주관한다고 믿는 존재는 땅이 아닌 하늘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인간은 하늘에 있는 초월자의 지배를 받고 또 지혜를 구하며, 하늘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길, 각기 다른 사람들과 화합하고 상생하며 공존공영 할 수 있는 길, 더 나아가 신(神)과 닮아가려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만 510여 개 이상의 교단·교파 존재

 

▲ 2005년 통계청 현황. ⓒ뉴스천지

 

2008년 종교문화연구원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 동안 한국 사회에는 정교분리 담론, 종교의 자유 담론, 신도·불교·기독교 위주의 공인 종교 정책 등 제반 상황이 전개되면서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등장했다.

현재도 종교단체의 수는 일반적인 인식 이상으로 많은 편으로 2008년 조사 당시 한국에만 자생 종교와 외래 종교 등을 합해 510여 개 이상의 교단·교파가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한국의 종교 상황을 ‘종교백화점’이나 ‘종교시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통계청의 2005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인구 가운데 53%가 스스로를 종교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와 같은 특성은 외국의 학자들이 ‘종교’를 통해 한국을 주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많은 종교가 외국의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호 공존하는 정도가 높다는 점이다. 외국 학자들에게 한국은 단일민족, 다종교, 다종교의 상호 공존 등이 맞물린 독특한 국가인 것이다.

 

◆종교는 인식의 창(窓)이자 통로

종교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창’ 또는 ‘통로’가 된다. 종교를 통해 한국인은 개인, 단체, 국가, 사회, 문화, 역사, 일상 등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를 통해 고려인과 고려 사회를, 유교를 통해 조선인과 조선 사회를 인식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현재의 생활도 조망해볼 수 있게 한다.

모든 종교의 공통된 가르침은 아마도 선(善)일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 천지에 도리를 다하는 것,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것 등은 종교인이라면 당연히 사랑과 자비와 희생 등 여러 덕목들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고 느끼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2008년 현재 종교별 교단(종단) 현황은 불교의 경우 168개, 개신교의 경우 291개, 천주교, 유교, 천도교, 원불교, 대종교, 그 외 47개 종단 등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7대 종단 외에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들 중 파악된 종교는 갱정유도, 일관도, 금강대도, 대순진리회, 대한천리교본부, 세계정교, 수운교, 태극도, 한국이슬람교, 한국SGI, 한얼교 등 47개로 집계됐다.

이밖에 파악되지 않은 것까지 합한다면 그야말로 한국은 종교백화점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렇듯 다양한 종교가 한국 사회 안에 들어와 있는 만큼 종교 간에 서로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으려면 각 종교를 이해하고, 그 종교가 갖는 특성과 고유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각각의 종교가 갖는 특성으로 인해 종교문화가 발전하고, 또 사회문화의 형성과 발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종교와 사회를 따로 분리하고서는 살 수 없는 사회, 서로 공존하고 화합하며, 상생·발전하는 관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해와 인정이 선행돼야

 

▲ 7개 종단 대표 청와대 초청 오찬. 불교계에서는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스님이 참석했다. ⓒ뉴스천지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 둘 중 하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종교인 사회에서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의 종교, 즉 이웃종교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일인 것이다. 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종교인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자 각각의 종교를 이끄는 수장(首長)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종교연합단체들로 각 종교의 지도자들이 모여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

종교연합단체의 수는 2008년 현재 불교 6곳, 개신교 12곳, 천주교 6곳, 국내외 범종교연합 15곳, 기타 3곳 등으로 총 42개 단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종교연합단체의 탄생 배경과는 다르게 이들 단체가 형식적인 것 혹은 보여주기 식의 행사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이들 종교연합단체가 안에서나, 바깥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다만 이들 연합단체에 바랄 것은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위해 열린 마음과 진정성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각 종교가 연합하여 큰 행사를 치룰 때만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논하며, 낡고 부패한 세상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에도 지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서로 대면(對面)하는 자리에서는 상생과 화합, 공존을 외치고 돌아서면 이웃종교를 폄훼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冒頭)에 언급했듯이 각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위해 먼저는 이웃종교를 알아야 한다. 상대 종교에 대해 알았을 때에 이해할 수 있고 비로소 공존하며, 화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길을 제공하기 위해 각 종단의 특성과 교리(경전)를 소개하는 것이 절실함을 느끼고, 앞으로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위한 한 방법으로 각각의 종교를 알리 데 앞장 설 것을 알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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