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끝으로 사업 중단돼
“성적도 올랐는데 안타까워”
“위기학생에 복지 혜택 필요”
교육청 “예산 반영토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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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3학년도 서울시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진행된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함께 온 예비 신입생들이 1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한 동네의 이웃으로 살아오다가 10남매 가정의 세 자녀와 밀착하게 된 교육후견인 최정아씨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프로그램이 정해둔 ‘일주일 1번’을 넘어 수시로 만남을 가지면서 일상에서 갖춰야 할 예절 등을 가르치며 ‘엄마’와 같은 생활의 협력자로 아이들을 도왔다.

그러나 교육후견인 사업에 대한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난해를 끝으로 더는 학생들과 만날 수가 없게 됐다. 마지막 만남 때 한 아이가 최씨의 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어요’라는 말을 듣자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터져 나올 뻔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10남매 가정의 세 자녀와 다문화 가정의 6학년 학생의 교육후견인이다. 후견인 사업을 통해 받은 지원금도 맡은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그는 “아이들하고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사업이 없어질 것 같다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가라앉더라”며 “개인별 후원자를 찾아줘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교육후견인 사업이 멈춘 것에 대해 “아이들이 성적도 올라 저에게 보여주는 등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기고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는데 사업이 없어진다고 하니 학부모님들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유난히 안타까워한다”며 “학부모님들에게 미안하고 사실은 (위기) 학생들한테 제일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교육후견인 사업은 위기 학생의 어려운 요소에 대해 맞춤형 후견 활동을 제공하는 복지 사업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 교육에 정진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연결해 가족같이 생활에 협력해주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와의 혼선이 생겨 결국 지원이 끊어진 데에 후견인과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좋은 사업인데 ‘줬다가 뺏듯’ 결국 아이들에게 상처만 남기게 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씨는 “많은 사람이 ‘그 정도 했으면 할 만큼 했어’라고 말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한 아이한테 손을 댔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아이가 정상적인 길을 갈 때까지는 어느 누가 멘토로서 옆에 있어 줘야 하는데 그게 시간만 가지고 되는 건 사실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돌봄이 필요한 어려운 환경의 놓인 위기 학생들에게는 시간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후견인 사업 같은 복지 혜택이 있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10남매 가정의 세 자녀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교 6학년인 김선영(가명, 여)양의 경우 빠른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데 사업이 중단돼 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따로 어떤 것을 가르쳐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뭐든 열심히 하고 예의도 굉장히 바른 아이인데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 가르쳐줬다”며 “그런데 진도가 정말 빠르더라. 마지막 날 학원에 가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동영상을 찍었는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한테 다 해줄 수 없는데… ‘개개인별 후원자를 찾아줘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한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청의 사업을 연계해 후견인과 위기 학생을 매칭시켜주는 기관도 후견인 사업이 지속되길 바랐다.

이주영 은평도서관마을사회적협동조합 교육후견인제 실무담당은 “교육후견인과의 일대일 만남을 통한 대화, 멘토링 등의 정서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격려와 응원, 위로를 전하며 학교생활의 적응을 돕는 순기능은 그 어떤 사업에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후견인사업이 지속되도록 힘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의회가 사업에 대해 예산을 삭감한 것과 관련해 “교육후견인 사업이 개별 사업으로 삭감된 건 아니다”면서 “혁신교육지구 안에 포함돼 전체적으로 삭감됐던 거여서, 이번에 미래교육지구로 전환해 신청하려 한다”며 “이거로도 안 되면 사업을 따로 빼서 별도로 추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후견인사업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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