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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부가조건을 위반하며 대면판매를 강행하고 있는 KB국민은행 혁신금융서비스(알뜰폰사업) 인가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21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정부의 바람대로 알뜰폰 시장이 급성장하며 기존 통신 시장의 아성이 깨지고 있다. 큰 흐름은 정부가 당초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정책 방향은 정해진 게 없어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 시장은 처음 구축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매월 6만여명의 가입자를 이동통신사로부터 빼앗아 왔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진 점유율 40%의 벽을 허물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보다 많은 가입자를 모으는 것도 꿈은 아니다.

그간 알뜰폰 시장은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와 그 외 사업자로 양분돼 왔다. 정부가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KT엠모바일을 필두로 많은 자회사가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은 온갖 사은품 제공 및 출혈 경쟁을 동원해 가입자 쟁탈전을 이어왔다. 비록 뿌리는 이통사였지만 알뜰폰 시장의 활성화를 이끈 주역들이었다.

마케팅 경쟁력, 자본력, 브랜드 인지도 등 모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중견·중소 사업자들은 사업을 영위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회사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감사에서는 아예 시장에서 자회사가 철수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중소 사업자만이 아니었다. 이통사와 이통 유통망도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알뜰폰으로 가입자가 이동해버리면 큰 마케팅 비용을 치르지 않고서는 빼앗기가 힘들다. 자회사 점유율 제한 및 시장 철수 등을 밀어붙이기 위한 물밑 작업을 이통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 안팎에서 나도는 이유다.

자회사들은 그동안 경쟁적으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해놨는데 이제 와서 빠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건지, 중소 사업자를 살리고 싶은 건지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가운데 알뜰폰 시장은 금융권의 진출을 앞두고 최근 새 국면을 맞았다. 새로운 공룡들의 등장이다. 통신 상품과 금융 상품은 후불결제로 이뤄져 시너지가 좋으며 가입자 락인 효과를 키울 수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이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다. 타 금융기업이 통신 시장을 엿보기 시작한 계기다. 신한은행은 제휴를 통해 알뜰폰 상품을 연계 판매하기 시작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중소 알뜰폰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하고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요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은 이통사를 상회하는 자본력을 가진 존재다. 통신이 주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알뜰폰과 이동통신 유통 업계 모두 앞다퉈 이들의 진출을 반대한다. 특히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 상품 판매 등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알뜰폰 시장의 진흥을 위한 정책을 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막거나 기존 사업자를 철수하게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본다. 다만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일부 출혈 경쟁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 알뜰폰 사업을 대기업의 전유물로 만들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알뜰폰 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익성, 경영의 지속성, 설비투자,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 정부는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하기 전에 알뜰폰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세부적인 정책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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