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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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영웅은 지니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음원 대상, 남자 솔로 가수상, 그리고 인기상까지 받았다. 멜론뮤직어워즈에서는 5관왕으로 올해의 음반상, 올해의 아티스트, 네티즌 인기상 등을 받았다. 아이돌 가수가 아니면서 이 정도 성과를 나타내는 가수는 근래 없었다. 더구나 대형기획사나 소속사가 만들어낸 마케팅의 소산도 아니었다. KBS ‘전국노래자랑부터 아침마당등을 통해 차근차근 팬들의 지지와 성원을 만들어왔다. ‘미스터트롯은 이미 다진 팬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최종 우승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조차 임영웅보다는 영탁을 더 우선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영탁은 더 히트곡이 많은 가수였음에도 말이다. 시대가 다른 아티스트를 원하고 있었다. 사실상 이런 모델은 한국에서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임영웅이 여실히 잘 보여줬다.

흔히 임영웅을 남의 곡으로 다시 부르는 실연 가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그 노래들은 모두 트로트 노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이 원하는 노래를 언제나 부를 수 있다는 자세와 임영웅과 같은 흙수저 젊은이가 기회를 잡지 못할 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임영웅을 가요계의 현빈으로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 차원 격을 높이는 캐릭터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다만 이 또한 트롯 가수 측면에서 분석할 관점이었다. 큰 키에 곱상한 얼굴 담백한 모습을 기존 트롯 가수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스터 트롯에서 심사위원들이 영탁보다 임영웅에게 덜 점수를 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임영웅이 기존의 트롯 같지 않게 부르기 때문이었다. 영탁 등이나 이찬원은 트롯 창법에 맞게 부르는 면이 컸다.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된 트롯 창법으로 부르는 그들이었다. 오히려 외모를 내세운 것은 장민호였다. 거꾸로 임영웅은 모든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를 수 있는 잠재역량을 갖고 있었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아임 히어로앨범의 발매였다. 이 앨범에는 트롯 장르의 노래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 안에는 발라드만이 아니라 레게 힙합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블루스아비앙또가 대표적이다. 11월에는 런던 보이폴라로이드같은 팝 발라드 음악과 록밴드 음악 스타일도 선을 보였다. 더구나 런던 보이는 자신이 직접 창작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영웅의 앨범은 무려 120만장 가까이 팔렸다. 솔로 가수가 이런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뮤지션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고 특히 국내 팬들이 오로지 만들어내는 일은 더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이를 임영웅이 다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더구나 오로지 다른 효용이 아니라 음반 자체를 구매한 결과라는 점이 놀라웠다. 이는 모두 임영웅이 트롯 가수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다. 트롯 가수치고는 대단하다는 말은 보도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2022년 한해를 결산하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임영웅은 디지털 음원 본상만 받았다. 올해의 솔로 가수상에도 없었고, 디지털 음원 대상도 받지 못했다. 더군다나 음반 본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국적 23명의 멤버로 구성된 NCT는 세 개로 분할돼 음반 본상을 차지했다. 더구나 놀라웠던 것은 올해의 아티스트로 싸이를 시상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앨범으로 싸이가 활동을 재개했지만, 여름에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올해의 아티스트로 꼽힐 만큼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것은 2022년 성취에 따른 평가보다는 한류 스타의 이름에 따라 부여한 것으로 보였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올 법했다.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한국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여겨진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상을 하는 방법으로 음원과 음반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한다. 대형기획사의 막강한 물량 공세 속에서 아이돌 음반과 음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평가 기준으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 빛을 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같이 아이돌 음악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임영웅과 같이 120만장에 이르는 객관적인 음반 판매량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류가 권력화되면서 그 유탄을 맞는 국내 뮤지션들의 현실이다. 더구나 한국의 골든디스크 시상식을 태국 방콕에서 하는 현실에서 객관적인 평가는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미 한류를 너무 의식하고 있는 티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자생적인 국민 가수의 탄생으로 해외 진출은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아무리 음악도 수출이 중요하지만, 한국 국민의 문화향유 그리고 미래의 음악 토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뮤지션들이 우선이어야 한류나 K-콘텐츠도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권위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 아이돌이 결국 돌아올 곳도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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