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경상적자 전망
무역·상품수지 적자 영향
올해 상반기 더 어려울 듯
당분간 경상수지 변동 커져

image
부산항.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3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상수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데 이어 서비스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데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10일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전년 동월(68억 2천만 달러) 대비 74억 4천만 달러 줄은 6억 2천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해 8월(-30억 5천만 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적자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43억 7천만 달러로 감소했다. 지난 2021년 1~11월 경상수지 흑자(822억 4천만 달러)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규모다. 

경상수지는 외국과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 산 결과를 의미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면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고용이 확대된다. 반대로 적자를 나타내면 국민 소득 수준이 낮아지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외채가 늘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게 된다. 

또 국내외 여건 악화로 자본 유입이 급격히 둔화되거나 대규모 자본유출이 나타날 수 있어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외환위기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은 무역수지와 상품수지가 악화한 데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통관 기준 수출은 1년 전보다 14.0% 감소한 518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2.7% 증가한 588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면서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 67억 달러에서 같은해 11월 70억 1천만 달러로 확대됐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늘면서 상품수지(15억 7천만 달러)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60억 7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상품수지는 76억 4천만 달러 급감했다. 작년 11월 전체 경상수지 감소 폭이 74억 4천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수지 감소 폭이 고스란히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3억 1천만 달러(12.3%) 감소한 523억 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철강, 화공품 수출이 감소하고 대중(對中) 수출이 위축된 데 영향을 받았다. 반면 수입(538억 8천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억 2천만 달러(0.6%) 늘었다. 같은 기간 원자재 수입액이 4.8% 늘고 자본재(0.4%), 소비재(0.7%) 등도 확대되면서 23개월 연속 늘었다. 

상품수지와 함께 지난해 10월 5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서비스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수지는 3억 4천만 달러 적자로 1년 전(-2억 7천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7천만 달러 커졌다. 

image
[그래프=윤신우 기자] 경상수지 및 상품수지 추이. ⓒ천지일보 2023.01.10

지난해 11월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69.5% 하락하는 등 수출화물 운임 하락세로 운송 수입(33억 3천만 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12억 5천만 달러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여행수지 적자는 7억 8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2억 8천만 달러 확대됐다. 연구개발서비스, 전문·경영컨설팅서비스 등 기타사업서비스는 3억 5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8억 9천만 달러 확대됐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14억 3천만 달러로 흑자폭이 1년 전(11억 7천만 달러)보다 2억 6천만 달러 증가했다. 배당소득수지는 7억 5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년 새 흑자 폭이 3억 9천만 달러 확대됐다. 한은은 배당 지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8억 5천만 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32억 4천만 달러 늘었고,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는 5억 5천만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는 각각 40억 8천만 달러, 14억 9천만 달러 늘었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12월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5%와 2.4% 감소한 549억 9천만 달러와 596억 8천만 달러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늘면서 12월 무역수지는 46억 9천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전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연간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1월 경상수지가 243억 7천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경상수지가 2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흑자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지난 2021년(883억 달러 흑자)에 비하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진으로 수출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 경상수지가 20억 달러 흑자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90% 이상 줄어든 규모다. 

정부는 당분간 경상수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에너지 절약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소득수지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외투자 수익의 원활한 국내 환류를 적극 지원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방기선 차관은 “향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가 기대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 국내 물류 차질 등 수출 불안 요인도 상당해 당분간 월별로 경상수지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반도체 #수출 #수입 #적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