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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마이산 설경. (제공: 진안군) ⓒ천지일보 2023.01.09

[지역명소] 전북 마이산과 운일암반일암

 

두 개의 높은 산봉우리 솟아
절별 불리는 명칭 다양해
하얀 눈 위 봉우리 ‘문필봉’
등천하던 부부 신, 바위 돼
 

기암절벽·폭포 빚어낸 절경
드라마 촬영 관광객 이어져 

[천지일보 진안=김동현 기자] “한 개 두 개 돌이 모여 돌탑을 이루고 비와 바람 구름이 모여 산이 되었네. 멀고 긴 인생길에 사는 법을 배우고 산 구비 돌 때마다 눈물을 배운다. 어허야 어허어야 어허어야 어허야 어느 세월 찾아와 그 품에 안길까. 말없이 기다리는 우리 님의 산이여. 아~ 마이산이여.”

전북 진안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마이산. 진안을 상징하는 마이산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삶이 산길과도 같고, 말없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우리의 스승 또는 그리운 님이 떠오르는 듯하다.

마이산은 진안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멀리 평지 위로 암마이봉(687.4m)과 수마이봉(681.1m)으로 불리는 두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신비롭기도 하고 특이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본지는 최근 전북 마이산과 운일암반일암을 찾아 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새해 새로운 각오를 다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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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진안=김동현 기자] 마이산 내 운수사 모습. ⓒ천지일보 2023.01.09

◆등천하던 신(神) 사람에게 들켜

마이산은 특유의 모습에 계절별로 불리는 명칭도 다양하다. 봄에는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바다에 떠있는 배의 돛대와 같다 해 ‘돛대봉’, 여름에는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형상이 푸른 숲과 바위가 어우러져 용의 뿔과 같아 보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과 바위의 형상이 말위 귀와 같아 ‘마이봉(馬耳峰)’, 겨울에는 하얀 눈 위에 솟은 봉우리가 먹물을 찍은 붓과 같아 ‘문필봉(文筆峰)’이라 불린다.

본지가 찾은 날도 최근 내린 눈으로 주변이 하얗게 덮인 가운데 마이산 봉우리만 눈이 쌓이지 않아 검은 두 봉우리가 마치 붓과 같아 ‘문필봉’이라는 이름이 더욱 피부에 와닿았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신비한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득한 옛날 부부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식을 낳고 살다가 다시 하늘로 등천하려는 때, 사람이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밤에 떠날지 새벽에 떠날지 서로 다투다가 결국 새벽에 등천하기로 했는데 부지런한 아낙이 꼭두새벽에 우물을 길으러 왔다가 산이 하늘로 올라가자 “산이 올라간다”며 소리쳐 그대로 바위산을 이뤄 마이산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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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이산의 설경. (제공: 진안군) ⓒ천지일보 2023.01.09

◆태조 이성계 건국의 대의를 품다

마이산의 풍광을 짧은 시간 내에 보고 싶다면 마이산 북부주차장에서 남부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추천한다. 1시간 30분~2시간 정도면 마이산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이산 북부주차장에는 마이산의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을 모티브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걸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연인의 길이 조성돼 있다. 실제 세계 유일의 부부봉인 마이산의 기를 받아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또한 등산로는 산책로로 이용해도 될 정도로 급하지 않은 경사여서 주위 경치를 만끽하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사랑마당에 도착하면 이성계 동상도 볼 수 있다. 마이산은 조선 개국과 연관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신선이 나타나 금척을 주며 강토를 다스리라는 꿈을 꿨다. 이후 왜구를 물리치고 마이산에 들렀다가 꿈에서 금척을 받았던 산이 마이산과 흡사해 새 나라를 건설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며 건국의 대의를 품었다고 한다. 조선 건국 이후 마이산은 조선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산으로 여겨졌으며 ‘일월오봉도’는 마이산을 남쪽에서 보고 그려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성계 동상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사이를 가로지르는 계단이 보인다. 이곳을 계속 오르면 마이산 두 봉우리 사이의 고개를 가리키는 천황문에 이른다. 봉우리 사이 고개를 넘어 내려다보면 은수사가 보인다. 은수사는 수마이봉 바로 있는 사찰로 이성계가 기도를 드렸던 장소며 기도 중에 마신 샘물이 은같이 맑아 ‘은수사’라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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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문을 지나 보이는 눈 덮인 은수사의 모습. ⓒ천지일보 2023.01.09

◆100여개의 석탑 장관 이뤄

은수사 아래로 내려오면 100여개의 석탑들이 장관을 이룬다.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석탑들은 작은 바람에도 금방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싶지만, 강한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긴 세월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이곳에선 마이산의 특이한 지질학적 특징인 벌집처럼 드러난 구멍을 볼 수 있다. ‘풍화혈’ 또는 ‘타포니’라 불리는 것으로 마이산 타포니의 거대한 규모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알려졌다. 마이산 주변의 고금당(사찰), 수선루(누정)는 타포니로 추정되는 동굴에 지어져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마이산의 절경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던 박진경(58, 여)씨는 “예전에 호주 여행을 가서 마이산과 같은 타포니 지형을 봤는데 한국에 이렇게 거대한 타포니 지형이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도 유명하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그릇 안의 물이 위로 솟구쳐, 어는 현상으로 은수사 석탑들 사이에는 역고드름을 볼 수 있는 그릇들이 놓여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의 어울림

기암절벽에 옥수청산(玉水靑山) 천지산수가 신묘하게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 곳이 있다. 바로 운일암반일암이다.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845.5m)과 명도봉(863m) 사이의 약 5㎞에 이르는 주자천 계곡을 운일암반일암이라 한다. 약 70년 전만 해도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오로지 하늘과 돌,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었다고 해 ‘운일암’이라 불렸다고 깊은 계곡이어서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만 볼 수 있어 ‘반일암’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는 용소바위, 족두리바위, 천렵바위, 대불바위 등 집채 만한 기암괴석이 겹겹이 있다. 산자락에서 솟구치는 맑은 물이 그 사이사이를 휘감아 흐르니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만들어져 자연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지난해에는 명덕봉과 명도봉을 잇는 구름다리(길이 220m)를 개통해 천혜의 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무지개다리, 국민여가캠핑장도 보유해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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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운일암반일암. (제공: 진안군) ⓒ천지일보 2023.01.09

또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서영이가 계곡을 건너다 신발이 벗겨지자 우재가 따라오다 신발을 신겨 주는 장면, 두 사람이 계곡 바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을 촬영한 곳으로 방송 후 수려한 경치에 매료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운일암반일암 계곡에 있는 대불바위는 높이가 40m에 이른다. 커다란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포갠 모습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해 대불바위라 불린다. 대불바위에 새겨진 금석문은 와룡암을 설립한 조선 효종 1년 긍구당 김중정 선생을 기리는 내용으로 전북 동부 지역의 교육과 인재양성의 중심지였다는 역사적 의의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열두굴은 운일암반일암 28경 중 하나로 내부길이가 20m에 달하며 승상굴, 채금굴, 금강굴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유문암질 용암동굴이자 박쥐 서식지로 지질적·생태적,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도 지정됐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난제를 품은 채 시작된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 새해가 시작된 만큼 자연의 신비로움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마이산과 운일암반일암에서 힘찬 출발을 향해 새로운 각오를 다져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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