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외환보유액도 급감
韓, 감소 규모는 제일 작아
타국 대비 달러화 비중↑
운용 수익 측면에서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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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9월 말(4천167억7천만달러)보다 27억6천만달러 줄어든 4천140억1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외환보유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외환당국이 ‘킹달러’로 인한 고환율을 억누르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거 투입한 데 영향을 받았다. 

9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31억 6천만 달러로 전년 말(4631억 2천만 달러) 대비 399억 6천만 달러 감소했다. 연간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10억 달러) 이후 14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에도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던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128억 달러)이었다.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원/달러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를 진행해 달러화를 시중에 풀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외환보유액이 200억 달러 가까이 주는 등 8∼10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우리나라를 비롯, 주요국에서도 나타났다. 2021년 말 기준 외환보유액 상위 10대 국가 중 약 1년 후인 지난해 11월 말까지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만뿐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8개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모두 감소했다. 이 중 우리나라의 감소폭(-470억 달러)이 가장 작았다. 외환보유액 세계 1위 중국은 이 기간 3조 2502억 달러에서 3조 1175억 달러로 1327억 달러, 2위 일본은 1억 4058억 달러에서 1억 2263억 달러로 1795억 달러 줄었다. 3위 스위스는 1억 1100억 달러에서 9059억 달러로 무려 2041억 달러 감소했다.

인도 –804억 달러(6336억 달러→5532억 달러), 러시아 –633억 달러(6306억 달러→5673억 달러), 홍콩 –737억 달러(4969억 달러→4232억 달러) 등도 우리나라보다 감소폭이 컸다. 싱가포르는 2021년 말에만 해도 4179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으로 10위에 위치했지만, 지난해 11월 말에는 3천억 달러 이하로 내려가 10위권에서 탈락했다.

감소율을 따졌을 때 우리나라는 -10.2%로 스위스(-18.4%), 홍콩(-14.8%), 일본(-12.8%), 인도(-12.7%) 등보다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10%)는 비슷했고 중국(-4.1%)은 감소율 기준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덜했다.

우리나라가 주요국보다 외환보유액 감소가 덜한 것은 달러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은 2019년 말 69.1%, 2020년 말 67.7%, 2021년 말 68.3% 등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말 전 세계 평균은 58.8%로 우리나라보다 10%p 가량 낮다. 

우리나라는 미 달러화 자산, 그중에서도 국채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미 국채 수익률은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 국채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기타통화 외화자산 비중이 높은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면서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비교적 적은 것은 높은 미 달러화 자산 비중 등이 운용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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