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남은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5일 권익위에 따르면 전 위원장은 전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 응원 문구처럼 남은 임기 동안 위원장으로서의 맡은 직분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권으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아온 그가 올해 6월 말 만료되는 임기 전에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얼마 전 공공기관 간부에 대한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 3080명 중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가 86%(2655명)에 달했다. 문 정부는 임기 종료 6개월 전 기관장·임원 등 59명을 무더기 임명하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도 남발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했지만 아직도 전 정권 인사가 그대로 남아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행정안전위 간사 등이 참여한 여야 정책 협의체는 4일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일치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임기 일치법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잔여 임기 문제로 소모적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여야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국민의힘은 모든 공공기관에 일괄 적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만 대상으로 하고 정무직 기관장은 제외하자고 주장한다. 국민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공기관 중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별로 관계없는 실무적 성격을 띤 곳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집행하고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국민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이 바로 그런 자리이다. 이런 기관장들이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자리를 앉아 버티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국정 방해일 뿐이다.

미국은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공직은 따로 구분해 정권 교체와 동시에 자동으로 물러나도록 제도화돼 있다. 우리도 대통령과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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