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본 은행’ 대한천일이 전신
새해 첫날 은행장들 홍유릉 찾아
상업·한일은행 합병일을 창립일로
이름 바꾸는 중 상표등록 무효
‘당행’이라는 용어 발생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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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본점 사진. (제공: 우리은행)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4일은 우리은행 창립 124주년이다. 우리은행은 1899년 1월 30일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상업은행)을 모태로 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다만 창립기념일로서는 대한천일은행의 설립일보단 1999년 상업은행-한일은행 합병을 통해 한빛은행으로 재탄생한 4일을 창립일로 기념해오고 있다. 

우리은행이 창립 124주년을 맞은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의 창립과 역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은행의 창립·출범일에 맞춰 은행의 역사와 현재의 과제에 대해 재조명해본다. 

◆국내 최초 민족자본 은행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한천일은행이다. 고종황제가 황실 자금을 자본금으로 납입하고, 정부 관료와 조선상인이 주주로 참여한 국내 최초의 민족자본 은행이다. 새해 첫날 우리은행장들은 고종과 명성황후, 순종의 능이 있는 홍유릉을 찾는 이유다. 

대한천일은행은 1911년 일제가 ‘대한(大韓)’이나 ‘한국(韓國)’이라는 용어를 금지하면서 조선상업은행으로 개칭한 뒤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변경됐고 1960년엔 은행으로 전환 및 합병 등을 거쳐 한일은행이 출범됐다.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조상제한서’의 일원으로 막강한 권위를 누려왔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여신이 흔들리게 되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지정 14개 부실은행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게 된다. 

두 은행 모두 자구책을 통해 1차 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퇴출 처분은 피할 수 있었지만, 직후인 1998년 7월 한일은행과의 대등합병을 통해 한빛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한천일은행의 창립일은 1899년 1월 30일이지만,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설립된 한빛은행 출범일인 1월 4일을 창립일로 기념하게 됐다. 현재의 우리은행은 2001년 평화은행까지 흡수합병하면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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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천일은행 본점이었던 우리은행 종로금융센터 전경. ⓒ천지일보 2023.01.04

◆우리은행, 다른 이름이 될 뻔한 적도?

2005년 한빛은행 합병 이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는 절차 가운데 상표등록이 무효가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5월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국민은행 등 8대 은행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 무효소송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은 소비자들이 자신과 관련 있는 은행을 나타내는 일상적 용어인 ‘우리 은행’과 외관이 동일해 구별이 어려운 데다 동일업종 종사자에게는 불편과 제약이 가중되는 등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일반인의 자유로운 사용을 방해해 공공질서를 위반한다며 등록 무효 취지로 파기 환송을 진행했다. 

다만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은 바뀌지 않게 됐는데, 상품명에 대한 ‘상표권’은 없어도 회사의 이름인 상호명으로는 ‘우리은행’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행’이라는 용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자신과 관련된 은행을 나타내는 우리라는 용어 대신 당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우리은행과의 구분을 지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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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우리은행장. (제공: 우리은행) ⓒ천지일보DB

◆올해 우리은행의 과제는 ‘고객감동·기술선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경기 침체가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우리은행의 과제는 ‘고객 감동·기술선도’가 될 예정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감동, 기술선도, 사업 성장, 문화혁신, 위험통제(MAGIC 2023) 등 경영 과제를 제시하면서 “은행의 이익보다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다양한 산업과의 연결을 통해 금융생태계를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행장은 ‘기술선도(Tech Advance)’를 위기극복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꼽았다. 이 행장은 “디지털과 IT는 금융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은 디지털과 IT에 지배되고 있다”며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은행권에서 배임·횡령 등 각종 금융사고와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행장은 “위험이 없는 사업은 없다. 그러나 그 위험은 통제돼야 한다”며 “위험을 통제하는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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