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완료
건축․경관적 가치 등 역사의 보고
고려 남경 관련 건물지 매장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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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장 주변에서 수습된 유물 (제공: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천지일보 2023.01.04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청와대 일대에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도기 조각 등 유물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정성조)는 2022년 5월 국민에 전격 개방된 청와대(경복궁 후원)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체계적 보존․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말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를 시작해 12월 말 완료한 결과를 3일 공개했다. 그 결과 총 8곳에서 고려와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된 것으로 밝혀졌다.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대정원 서쪽 숲에서는 크기가 작은 토기와 도기․옹기․기와 조각, 침류각 앞마당과 동쪽 산책로, 궁궐 담장(궁장) 일대에서는 백자․기와 조각 등이 발견됐다. 고려시대 기와가 발견되면서 고려 남경과 관련된 건물지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청와대 일대에는 고려시대 남경(南京, 서울의 당시 지명)의 이궁(왕궁 밖 별궁)이 있었으며 조선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860년대 경복궁을 중건한 고종은 청와대 권역을 창덕궁 후원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곳으로 조성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는 조선시대 경복궁 중건 당시 조성된 후원을 중심으로 고려시대부터 청와대 개방 이전까지 시대적 변천과 역사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첫 학술조사 연구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경복궁 후원 영역(청와대 권역)에 대한 건축, 조경 등 분야별 현황 및 분석을 통해 문화․자연유산적 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보존관리 방향 수립에 고려할 사항 등이 제시됐다.

연구를 통해 현존 건축물과 식생 및 조경시설물 등의 연혁과 규모, 보존상태 등을 목록화했으며, 일제강점기 자료와 현재의 배치도 등을 분석해 현재 청와대 권역 담장이 경복궁 후원의 궁장(궁궐 담장) 위치와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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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營)’자 각자석 전경 (제공: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천지일보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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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營)’자 각자석 근경 (제공: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천지일보 2023.01.04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의 담장 하부석에서 ‘훈(訓)’, ‘영(營)’ 등의 각자(刻字)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담장 주변과 지형의 변화가 적은 청와대 동쪽 지역 등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기와 및 도기 조각 등이 확인돼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 중 하나다.

문화․자연유산적 가치 평가와 관련해서는 경복궁 중건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지형과 물길의 변화, 건축물의 멸실과 생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체계적 보존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향후 보존관리를 위해 경복궁 후원으로서의 역사성 회복과 근현대 시기의 공간적 특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후속 과제, 백악산-경복궁 후원-경복궁이 한양도성에서 갖는 의미를 확대하기 위한 심화연구 과제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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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후원 청와대 주요 건물 비교 (제공: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천지일보 2023.01.04

문화재청은 이번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성과를 공개해 청와대 방문 관람객들에게 청와대 권역의 변화과정과 다양한 역사적 층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람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학계와 소통하면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구명하고 국민을 위한 보존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복궁 후원과 관련한 연구는 그동안 청와대 접근성의 한계적 특성으로 인해 회화, 문헌 등 기록을 중심으로 한 연구만 간헐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청와대 권역에 대한 새로운 학술연구의 길을 열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또한 향후 청와대의 역사보존 및 활용이라는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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