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5분 이내 탑승 하겠다”
역장, 탑승금지·퇴거 재차 안내
“법원 조정안, 서울시 수용하라”
“경찰인력낭비…다른 방안 없나”

image
[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전 삼각지역사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김한솔 기자] 새해가 지난 지 이틀 만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법원과 조정안대로 ‘5분 이내 탑승’을 시도했지만 서울교통공사측이 이를 막아 역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전장연은 2일 삼각지역사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 오전 8시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현장은 안전을 위해 수십 명의 경찰이 통로를 따라 배치돼 있었다. 가장 바쁜 출근 시간대의 삼각지역은 온통 경찰과 시민들 그리고 전장연 시위로 매우 혼잡했다.

전장연은 “오늘 진행하는 ‘제4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법원의 조정안 수용을 알리기 위해 ‘5분 이내 탑승’을 시행할 것”이라며 “지하철 운행이 1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image
[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전 삼각지역사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단체는 계묘년을 상징하는 토끼 인형을 품 안에 안거나 손에 쥐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우리가 5분 이내에 열차에 탑승할 테니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도 조정안을 수용하라”며 외쳤다.

전장연의 발언이 잠시 멈춰질 때마다 서울교통공사 삼각지역장은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전장연은 연설행위, 고성방가 등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은 방해행위로 퇴거를 요청한다”며 전장연 대표의 발언을 계속해서 막았다.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전장연은 탑승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시계를 들고 서울역 방면 1-1 승강장 앞으로 이동했지만 이때 역장은 계속해서 퇴거를 외치며 경찰들을 동원해 지하철 승강장 입구와 탑승을 막았다. 

image
[서울=뉴시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도하고 있다. 2023.01.02.

탑승구 앞에 길게 줄을 선 경찰들은 열차 문이 열릴때마다 시위대의 탑승을 온몸으로 막았다. 중간중간에 전장연 시위자와 공사측 관계자들이 서로 고함을 치거나 언성을 높이며 대화하는 등 불편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연대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지하철을 타게 해주세요, 오세훈 시장님 법의 조정안을 수용하십시오”라고 반복해서 외쳤고, 시위는 어느새 한 시간 반이 훌쩍 넘어갔다.

이들은 오전 10시가 다가오고 있는 중에도 서로에게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충돌했다. 

image
[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전 삼각지역사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시위하고 있다.

한쪽에선 열차에 타고 내리는 시민들이 급하게 출근길에 불을 붙였다. 이동하던 시민들의 의견은 여전히 갈렸다. 

딸과 함께 삼각지역을 통해 이동하던 이은유(59, 여, 서울 관악구 낙성대)씨는 “장애인들의 입장이 대변되기까지 힘들었을 텐데 우리가 불편한 건 잠깐”이라며 “얼마나 절실하길래 저렇게까지 하는건가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급하게 이동하던 류채화(가명, 69, 여, 화성시 동탄)씨는 “장애인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왜 출근 시간을 지연되게 할까 싶어 사실 불편하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몇몇 있는 반면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경찰과 시위대와 수많은 취재진 사이를 지나며 ‘지나가야 하는데…’ ‘이번 열차를 타야 하는데 길이 불편하다’라며 인상을 쓴 시민들도 있었다.

image
[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전 삼각지역사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은 수십명의 경찰이 현장에 배치돼 있는 모습.

박정현(22, 남, 서울 마포구)씨는 병원 진료예약을 가던 길이었다. 박씨는 “시위로 몇 번 지연될 때마다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시위를 직접 목격하고 나니 놀랐다”며 “시위로 통행에 문제가 생겨서 좋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 장애인을 이해해달라는 느낌보다는 똑같이 피해를 주는 보복성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시위가 이어지면 장애인분들에 대한 시선만 부정적으로 고정되는 악순환의 굴레가 반복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의 탑승 거부로 끝내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 삼각지역장은 “철도법 위반으로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 주시기 바란다”고 8시부터 장시간 동안 재차 안내했다.

현재 전장연은 오후 9시에도 서울교통공사 측과 대치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전장연 관계자 24명이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로 정상적인 지하철 운행에 지장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업무방해 및 운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시위 #승차거부 

image
[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전 삼각지역사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