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 해’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옛 사람들은 토끼를 꾀 많은 영민한 동물로 인식해 왔다.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을 3개 만들어 놓고 위기를 모면하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뜻에서 ‘토영삼굴(兔營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2023년은 우리에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방에서 몰려들 도전에 절박하게 대응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검은 토끼의 지혜와 영감을 발휘해 올해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것이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의 책임과 역할은 더욱 커졌다. 특히 올해는 국민의 총의를 모으고 위기를 헤쳐나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회를 통합하고 국정을 혁신해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책무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감과 분명한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당면한 제1 과제는 경제의 거친 삼각 파고를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 달러(약 60조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 6천만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적자액은 종전 최대였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 2천만 달러)의 2배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투자, 소비 등 3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기관에 이어 정부도 2023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엔진인 수출을 다시 촉진하고 나라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해야 한다.

심상치 않은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대한 대응 역시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거친 패권 경쟁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의 폭주, 미국의 대중 공급망 포위 가속화는 우리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익을 지키며 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으로 다가오는 도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새해에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단계적으로 해제되며 일상 회복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희생자들이 매일 나오고 있고, 4년째에 접어드는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은 아직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방역 정책의 조화로운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태원 참사로 확인된 국민안전 강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 정착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해법 마련, 연금 개혁, 혁신적 수준의 교육·노동문제 개선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새해에 닥쳐올 이런 복합 위기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전 국민의 에너지와 총의를 모으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의 갈등과 분열을 용광로처럼 녹이고 대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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