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사과 농사 좌충우돌
고창 멘토 통해 노하우 전수
협업농장, 초보 농업인 도와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본지는 전국 지역에 귀농·귀촌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봤다. 특히 각 지자체마다 귀농 청년 농업인들에게 지원하는 정책은 다양하지만, 현실에서 부딪쳐 이겨내야 하는 건 이들의 몫이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과 한 해의 다짐을 들어보며 힘찬 출발을 응원해 본다.

image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윤중근씨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미원면의 사과농장에서 수확한 사과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31

충북 청주 청년농부 윤중근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26살의 나이에 사과 농사를 시작해 올해 40세가 된 윤중근씨는 이제 자칭·타칭 ‘베테랑’ 농부다. 본지는 13년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부’였던 윤씨를 만났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미원면에서 사과 농사를 시작했던 청년 윤씨는 이제 어엿한 두 아이의 가장이다. 여느 아빠가 그렇듯 윤씨도 자식 사랑이 남달라 아무리 농사일이 바빠도 청주 도심에 있는 자택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는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귀찮아하는 것 같다”며 “어릴 적 아버지가 농사일로 바빠 아버지 사랑이 목말랐기에 아이들에게 더 애틋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전국 다니며 농사 애로사항 해결

윤씨는 군대를 또래에 비해 늦게 다녀왔다. 부끄러운 이유지만 농업 후계자가 되면 군대 면제라고 해서 농사를 짓게 됐다고 한다. 일단 ‘2~3년 농사해 봐야지’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나쁜 의도여서 그런지 면제가 되려면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농고나 농업대학을 나와야 하는데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온 윤씨는 자격 미달이었다. 그는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와 생계를 잇기 위해 공장에 들어갔다. 윤씨는 “나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긴 한데 공장의 작업복을 입은 내 모습이 먼가 너무 안 멋있었다”며 “오히려 과거 농사짓던 때 흙 묻은 작업복, 남들이 보면 거지 같아 보일 수도 있는 그 시절의 모습이 그리워서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으나 3년을 내리 말아먹었다. 3년의 동안 사과나무 900주가량이 죽어 나갔고 잘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윤씨는 동네 한 주민이 위로한다고 찾아와 “아버지 바짓자락 붙들고 떨어지는 거나 먹지 왜 농사는 진다고 해서 사서 고생하냐”는 말을 듣곤 이틀 정도 식음을 전폐했다. 그는 “왜 나무가 죽어가는지 이유도 몰랐다”며 “많은 농사 중 사과를 선택한 건 아버지가 사과 농사를 두어 번 실패해 ‘그럼 내가 해봐야지’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못한 친척 동생이 찾아와 ‘원인을 찾아보자’며 함께 고민하다가 전국에 사과 농사 잘 짓는 곳을 수소문했다”며 “그러다 경상남도 고창에 한 농부를 알게 됐고 무작정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농장에 들어가서 허드렛일도 봐주면서 무엇인 문제인지 찾게 됐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image
청년 시절 농사를 짓던 윤중근씨 모습. (제공: 윤중근) ⓒ천지일보 2022.12.31

◆농사도 공부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그가 찾은 경상남도 고창의 농장 주인은 나무에 대해 연구하고, 그 연구대로 실행하면서 농사를 과학적으로 짓고 있었다. 윤씨는 “동네 주민들이 오랜 시간 농사를 짓고 있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경험한 상식선에서만 농사를 짓고 생산량이 떨어져도 받아들인 것같이 나도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실패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실패를 경험으로 농사도 공부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씨는 그때부터 나무와 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 농업에 대해 다시 공부하기도 하고 배운 것을 자신의 농장에 적용시켰다. 고창에서 연이 닿아 알게 된 스승과도 끊임없이 교류하며 효율적인 농사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노력하니 나무가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실을 얻게 된 날 윤씨는 밭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는 “보람 있다고 느낀 건지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울었다”며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멘토만 있어도 실패는 줄어

윤씨는 “새해에는 본인처럼 헤매는 초보 농부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옆에서 실질적으로 조언해주는 멘토만 있어도 실패의 시간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고 그 노력으로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도 초보 농사꾼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만든 것인데 자신의 노하우가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는 실제 농장에서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협업농장’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고 아직은 실행 단계다. 

윤씨가 고안한 협업농장은 처음 농사를 시작하려는 예비 농업인에게 농사지을 기회를 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그는 “새해에는 협업농장을 통해 많은 초보 농부가 힘을 받길 바란다”며 “자연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농사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또 “나무를 연구하고 과학기술로 농사짓기 위해 공부하는 모든 노력이 자연에 맞서는 것이 아닌 순응하기 위해서”라며 “새해에는 더 좋은 일들이 주렁주렁 생기길 기대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협업농장 #청년농부 #윤중근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