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까지 美와 포괄 협력
대중 견제 적극… 中대응 주목
尹정부 ‘균형외교’ 필요 지적도
대일관계 개선 노력에도 진전X
日은 적반하장… 반격능력도 선언
대북 강경기조 속 돌파구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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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정상들. ⓒ천지일보 2022.12.30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신냉전으로 재편되는 엄혹한 국제질서 속 맞닥뜨린 2022년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는 미국 주도의 가치외교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채 숙제만 남겼다는 평가다.

미중 간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진영 간 편가르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를 헤쳐 나갈 전략이 요구됐지만, 새롭게 출범한 윤 정부는 되려 이에 편승해 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치외교 속 한미동맹을 가치 영역으로까지 넓히다보니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호응하는 성격이 강해 중국과의 관계는 불안정성이 더 커졌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립 구도는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다.

또 굴욕 외교라는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일본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다. 핵 위협을 거듭하던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는 최근 한층 거세진 상태다. 대북 강대강 대립 구도와 맞물린 확장억제력 강화와 한미일 공조만 있을 뿐 마땅한 외교적 돌파구는 없었다.

◆가지외교 전면 내건 尹정부

윤석열 정부는 ‘모호한(일부에선 유연한 외교) 노선’을 취했던 전임 정부와는 달리 선명한 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각오로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민주주의 가치외교의 기반인 미국에 밀착해 동참을 넘어 돌격대장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섰다.

취임 11일만인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통적인 군사안보로부터 하위개념인 경제·기술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동맹관계 강화에 주력한 가운데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망에 적극 협력했고, 심지어 지난달에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윤정부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으면서 대중국 견제의 최선봉에 선 것이다.

당장은 미중 정상도 중일 정상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갈등보다는 협력의 축을 강조했는데, 윤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호응하는 등 ‘한쪽 편들기’를 노골화하면서 거꾸로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또 다른 시험대가 됐다. 이를 볼 때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한층 더 가열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서방의 민주주의와 중러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도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윤 정부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전략적 유화책을 취했던 중국이 내년 새 정부 구성 이후 어떤 식으로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일단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차 만난 윤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열자고 입을 모은 상태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안보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확대가 과연 한국에도 호혜적인지는 물음표가 켜지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차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뒤통수를 쳤고, 이후 이 사안이 한미관계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해결 기미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미중 간 경쟁 고조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살얼음판 같은 외교 환경을 간과한 윤 정부의 외교 노선 전환이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는 이유다. 용미‧용중의 미중 간 균형외교가 아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북핵 위협 속 한미일 공조를 최우선적 사안으로 여기는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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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12.30

◆여의치 않은 한일관계‧대북 리스크↑

강경기조였던 전임 정부와는 달리 출범 전부터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윤 정부는 ‘대일 저자세’ 외교라는 말까지 듣고 있지만 관계 진전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짐짓 호응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지만 속내로는 이를 기화로 각종 현안에서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겠다는 듯한 투로 일관하고 있다.

윤 정부는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 기업 등이 조성한 재원을 피해자에게 배상금 대신 변제하는 이상한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한다거나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지난 2019년 일본의 대한국 경제보복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이 지소미아(정보공유협정)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의 ‘실시간 정보공유’를 합의하는 등 한미일 간 군사협력도 강화했지만 일본의 행태는 막무가내다.

일본은 여전히 강제징용 해법을 한국이 먼저 내놓으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달 초에는 군함도 등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후속조치 이행경과 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지난 16일에는 한반도 유사시 개입이 가능한, 즉 적기지에 대한 ‘반격능력 보유’까지도 선언했다. 이때다 싶어 독도 영유권 억지주장도 강화했다. 대일 외교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여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갈수록 커지는 건 이 때문이다.

대신 북한에 대해서는 무척 강경한데 이 같은 외교 기조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북한도 연간 역대 최다인 총 31회에 걸쳐 탄도미사일 63발을 쏴 올렸고, 이 가운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은 8차례나 된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은 더욱 구체화됐다. 올해 들어 핵 선제타격을 운운하더니 지난 9월에는 남한을 겨냥한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아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하기까지 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계속 관측되고 있다는 게 한미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한미는 줄곧 대북억지력인 확장억제 강화로 대응했다.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한미 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복원이나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미가 군용기 240여 대를 동원해 시행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수록 더 확고한 대비태세로 맞서겠다는 대북 강경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고체엔진 ICBM 개발을 위한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과 군사정찰위성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하고 한미를 향한 거친 발언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자 미측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미국의 F-22 스텔스기(랩터)가 한미 연합훈련 목적으로 4년만에 한국에 출동하는 한편, B-52H 전략폭격기도 함께 한반도 인근으로 전개해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강대강 대치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남북 양측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심산이어서 당분간 경색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대화의 문으로 열어뒀던 윤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도 실질적 비핵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이나 안전보장 내용이 빠져 있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북한도 “황당한 망상”이라는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며 일절 호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 유인책이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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