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농장 농부 경력 4년 차
부모님과 함께 있어 ‘행복’
소비자들 ‘응원’에 힘 얻어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본지는 전국 지역에 귀농·귀촌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봤다. 특히 각 지자체마다 귀농 청년 농업인들에게 지원하는 정책은 다양하지만, 현실에서 부딪쳐 이겨내야 하는 건 이들의 몫이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과 한 해의 다짐을 들어보며 힘찬 출발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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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젊은 농부 김현민씨가 부모님과 함께 가꾸는 장성군 삼서면 웰빙나눔농원 사과농장에서 황금사과(시나노골드)를 따고 있다. 웰빙나눔농원 사과 농장의 총면적은 5500평 정도다. 수령이 14년이 되는 후지(부사)와 단감 대신 심은 4년 차 시나노골드(황금사과)가 각각 50%의 비율로 심겨있다. (제공: 장성군청) ⓒ천지일보 2022.12.29

[천지일보 장성=이미애 기자]  지자체마다 지방인구 소멸 위기에 따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인구 늘리기에는 역부족인 가운데 30대 젊은 농부들이 다시 돌아와 농촌에 활력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장성군 삼서면 웰빙나눔농원에서 사과 농장을 하는 김현민(32, 3세대 농부)씨를 만나 귀농 계기 등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대학에서 식품공학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을 진학해 관련 회사에 취업할 예정이었던 그는 2018년 후기부터 귀농해 4년 차 새내기 농부다. 

웰빙나눔농원 사과 농장의 총면적은 5500평 정도다. 수령이 14년이 되는 후지(부사)와 단감 대신 심은 4년 차 시나노골드(황금사과)가 각각 50%의 비율로 심겨있다. 이외에도 잔디가 임차 면적까지 합해 1만 1000평 정도를 부모님과 함께 가꿔나가고 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도와 농부가 되고 김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자연스럽게 장성군 삼서면 금산리 죽산마을에 정착했다. 그의 아버지(62, 김황원)는 사과농장 이전에는 단감 농사로 40년을 일했다. 2015년에는 최우수 농산물 대제전에서 단감 부분으로 최우수상도 받은 이력이 있는 전문 농사꾼이다.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가꿔온 땅에서 농부 수업을 충실히 받으며 3세대의 진정한 농부의 길을 걷는 그는 부모님의 기쁨이자 효도하는 아들이 된 셈이다. 역시 농부에게는 땀 흘려 가꾼 열매를 거둘 때가 가장 기쁜 일이다.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12월 가지치기부터 4월 꽃피기 시작해서 여름이 지나 가을 수확까지 그사이에 많은 일이 생긴다. 비가 많이 와도 적게 와도 걱정이다. 병충해도 많다.

김씨는 “농사가 잘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열매를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소비자분들이 맛있다고 응원해주신다고 할 때 내가 좀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상품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는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사과’로 소비자들에게 당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새해 작은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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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씨가 가꾸는 장성웰빙나눔농원 사과농장에 부사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제공: 장성군청) ⓒ천지일보 2022.12.29

◆가족 간 일하다 부딪혀도 ‘추억’

젊은 농부 김씨는 1세대의 기반을 발판 삼아 2~3세대 귀농·귀촌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외동아들인 그는 귀농 후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에 대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일하는 과정에서 가끔 부딪히는 부분까지도 ‘추억’으로 해석했다.

그는 “만약 내가 회사에 취직했더라면 이런 행복은 절대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모님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남다른 가족애를 지닌 그는 반듯한 인성을 소유한 농부로서의 자존감도 높다. 장성군 과수 농가에서는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는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그 덕분에 사과 농장에 온 손님이 김씨의 친절하고 성실함에 반해 조카를 소개해 지금의 아내와 2년 전 결혼했다. 사과가 맺어준 특별한 인연으로 결혼까지 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후계 농어민의 길을 충실히 걷고 있다.

현민씨는 “사과에게 고맙다”며 수줍어했다.

그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었으면 한다”며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사과’로 소비자들에게 당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새해 작은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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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의 진정한 농부의 길을 걷는 김현민(왼쪽)씨가 최고의 스승으로 자랑하는 아버지(김황원)와 함께 황금사과를 수확한 기쁨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장성군청)  ⓒ천지일보 2022.12.29

◆재배도 어렵지만 판매 더 중요

농업은 재배도 어렵다.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온난화가 심각한 상태다. 그는 “지금은 판매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 같다”며 “첫 번째 조건인 가격경쟁력이 생기지 않으면 판매는 더 어렵다”고 불편한 진실을 말했다.

3년째 경영 장부를 써나가고 있는 그는 “만약 내가 내 돈으로 땅 사고 기계 사는 것부터 시작했다면 최저시급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장 생활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며 판로 개척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영업도 마찬가지지만 농업도 한 회사를 이끄는 CEO나 다름없다. 생산부터 판매 재고관리, 매입·매출 기록까지 모든 걸 사장 혼자서 해내야 한다. 

김씨는 귀농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신중론’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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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삼서면 웰빙나눔농원에서 김현민씨가 가꾸는 사과농장에 황금사과(시나노골드)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제공: 장성군청) ⓒ천지일보 2022.12.30

◆가장 큰 ‘스승’은 아버지

김씨는 “귀농하는 데 따로 필요한 기간은 없었다”며 “가장 큰 스승인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라고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재배적인 측면에선 귀농하고 사과에 대해 조금은 얘기 할 수 있었던 시기가 2년 차이다. 그는 “꼭 키우고자 하는 작물을 전업농으로 하는 전문가에게 붙어서 2작기 이상 경험하면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히 털어놨다. 연고가 있더라도 어떤 작물을 선택할지 또한 중요하다. 농업에도 유행이 있어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고위험 고수익이 되기 쉽다. 그중 아로니아가 가장 안 좋은 예이고 샤인 머스캣이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농업에서 보조사업 없이는 경영이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배 작물 선택은 그 지역의 특산물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작목반과 농업인들이 많고 보조사업이 나오기 쉬우며 농협매입 등 판로확보도 쉬워진다. 농가 수가 많다는 건 작목반 형성 등 재배 비결도 축적돼 있고 배우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촌의 현실(규모화 집단화 생산성)은 개발도상국보다도 못하는데 반도체 수출로 GDP 성적이 좋으니 국제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의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곧 사과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미래 농촌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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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웰빙나눔농원 김현민씨가 가꾸는 사과농장에서 건강하게 자란 황금사과(시나노골드)가 선명한 노란빛을 띠고 있다. (제공: 장성군청) ⓒ천지일보 2022.12.30

그는 “귀농 귀촌 정책으로 많은 돈이 풀려 농짓값은 올라가고 생산량은 늘어가는 데 내수시장은 인구수는 줄어들어 먹을 사람이 없어지고 수출하자니 규모화 집단화에서 밀려 단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규모화 집단화에 신경 써주면 수출 경쟁력도 늘어나고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식량 자급률은 바닥인데 일부 농산물들은 과잉으로 갈아엎고 있다. 적절한 보조사업 투입으로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게 배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농촌에도 분명 성공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름의 보람과 만족으로 귀농·귀촌 생활에 만족하며 사시는 분들도 많다”며 “부모님의 기반으로 시작했음에도 어려움을 겪고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농업을 쉽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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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진정한 농부의 길을 걷는 김현민씨가 가꾸는 장성웰빙농원 사과(부사)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제공: 장성군청)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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