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서 유기농 고구마 재배
매형 따라 가족 모두 귀농해
영농조합 설립 귀농인 도와
가족 같은 조합원 신뢰 중요
“사람 장점 이용 문제 해결”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본지는 전국 지역에 귀농·귀촌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봤다. 특히 각 지자체마다 귀농 청년 농업인들에게 지원하는 정책은 다양하지만, 현실에서 부딪쳐 이겨내야 하는 건 이들의 몫이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과 한 해의 다짐을 들어보며 힘찬 출발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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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에서 유기농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정창안 농바름 이사. (제공: 농바름) ⓒ천지일보 2022.12.29

[천지일보 무안=김미정 기자] 전남 무안에서 유기농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정창안 농바름 이사. 정 이사는 귀농하기 전에 광주광역시에서 사회복지사를 하며 직장을 다녔다. 매형인 강행원 대표의 권유로 귀농하게 됐고 지난 2020년 NONGBARUM(농바름, 농업은 바름을 실천하는 것) 영농조합을 설립해 귀농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른바 농사 인큐베이팅이다. 도시에서 온 귀농인들을 농부로 키워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고구마 줄기 아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듯 농바름에서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가 소(小)사장이다. 귀농의 어려움을 협동조합 형태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접근해 직원 양성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 소사장을 양성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정 이사는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람마다 가진 장점을 이용해 함께 해결해 나가면 오히려 지치지 않고 즐거운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귀농의 어려움 함께 해결해 ‘뿌듯’

농바름에서는 귀농 초 수입을 얻기 힘든 농가에 생활비를 보조하고 집이나 땅, 차 구입 등의 비용을 보태주는 등 농촌에 정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정 이사는 “생활비가 매월 나와야 하는데 처음 귀농하면 이러한 점이 가장 힘들다”며 “농바름은 자체적으로 고구마 저장 기술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 판매 시스템도 정착돼 꾸준한 수입이 발생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사를 지으려면 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느 정도 비용이 넘어가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며 “지자체 지원사업을 확인하는 것도 좋고 시범사업을 잘하는 곳도 있으니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귀농하기 위해 지역을 고를 때 가장 어려운 애로사항으로 텃새를 꼽는데 사람들이 가장 실수하는 게 집을 짓고 나면 담부터 쌓는다”며 “담을 쌓기보다 내가 먼저 개방한다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이사는 “땅을 살 때 기술이라던지 대출 상환이나 귀농 자금 등 필요한 노하우를 가르친다”며 “귀농해서 농사짓도록 돕고 자본금이 조금씩 들어오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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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에서 유기농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농바름 식구들. (제공: 농바름) ⓒ천지일보 2022.12.29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가족’

정 이사가 처음부터 무안에 정착해서 산 건 아니다. 처음엔 광주에서 날마다 출퇴근하며 일을 했다. 그는 “아내도 직장을 다니고 있어 아이들을 키우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그때 가장 힘이 된 게 가족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건비가 많이 오른 것도 애로사항이었다. 그나마 계절근로자를 신청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 계절근로자들이 머물 수 있는 기숙사도 짓는다고 하니 점차 나아질 것 같다”며 “바라는 점이 있다면 관공서에서 농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렌드 변화는 빠른데 관공서에서는 미리 계획을 짜놓고 하다 보니 빨리 반영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농바름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 이사는 “저 같은 경우 매형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사람 관리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며 “매형 철학이 그냥 잘해주자는 것이다. 다른 집에 농사짓다가 문제가 생기면 먼저 해결해주려고 한다.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우선 양보했던 것이 훨씬 이득이 되는 것 같다”고 자부했다.

◆귀농인에게 멘탈 관리가 가장 중요

그가 귀농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언급하고 싶은 건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단기간에 농업으로 돈을 벌기는 힘드니까 어느 정도 구조와 시스템을 쌓아야 수익이 나오니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으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격적인 면이 먼저고 기술은 배워나가면 된다. 2~3년 정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버텨야 하고 무엇보다 자기 멘탈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성장한 농가들에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정 이사는 “농가별로 창의성을 부여해 브랜드화할 수 있는 사업이나 자율성을 확대해 줄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좋겠다”며 “제일 중요한 건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냐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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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바름의 경우 유기농법으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제공: 농바름) ⓒ천지일보 2022.12.29

◆유기농 고구마 재배 압도적으로 많아

농바름의 경우 유기농법으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정 이사는 “해수농법이라고 해 바닷물을 이용한다”며 “물과 비율을 잘 맞춰 희석해서 뿌리면 해수의 미네랄이 공급돼 고구마도 잘 성장하고 토양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농바름은 고구마 종자 갱신에 대해 지난해 목포대학교와 연구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이사는 “고구마는 수확한 것을 또 심어서 순을 키워 자르고 또다시 심고 하는데 그 안에 바이러스가 쌓여 변형을 일으킨다”며 “바이러스가 계속 이어져 갈수록 퇴화해 수량도 떨어지고 모양도 이상하고 맛도 당연히 안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퇴화하는 것을 끊을 방법은 고구마 모종이 나오면 생장점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엔 바이러스가 없으므로 이것을 현미경으로 뜯어내 조직배양을 하고 이것을 확산시켜 다시 심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특허출원도 몇 가지 했다”고 밝혔다. 정 이사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토양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2~3년에 한 번씩 조직배양으로 갱신해줘야 한다.

그는 “전국에서 유기농 고구마를 찾는 사람은 무안으로 온다”며 “무안은 유기농 고구마 재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또 “땅에 똑같은 작물을 계속 심으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작물마다 좋아하는 성분이 있어 자기가 좋아하는 영양분만 빼먹다 보니 땅의 불균형이 심해진다”며 “땅을 7m 아래로 깊이 파서 그 흙을 다시 끌어 올려 농사를 짓고, 고구마에 남은 잉여를 보리나 밀이 흡수해주므로 밀을 파종해 땅의 균형을 맞춰 거기에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고구마가 생각보다 농약을 많이 쓰는 작물인데 당장 농약을 쓰고 화학비료를 쓰면 모양이 엄청 이쁘게 나오겠지만 유기농 같은 경우 그럴 수 없다”며 “요즘은 인식 변화가 그나마 되고 있어 향후 10년 후에는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한 예로 1950년에는 사과 하나를 먹으면 얻을 수 있었던 미네랄양을 지금은 26개를 먹어야 같은 양의 미네랄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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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안 농바름 이사(왼쪽 첫 번째)와 그의 매형인 강행원 농바름 대표(왼쪽 두 번째). (제공: 농바름) ⓒ천지일보 2022.12.29

◆가공품 개발 등 할 수 있는 일 많아

정 이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구마를 활용한 가공품을 만들 수도 있고 고구마가 첨가된 것을 만들 수도 있겠다”며 “사람이 없어 못 하지 소득을 벌 수 있는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유튜브 같은 채널도 잘 돼 있어 굳이 TV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 없이 얼마든지 홍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이사는 “환경의 변화가 너무 다르고 매년 폭우나 가뭄 등 기상 변화가 심해 이러한 부분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며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구마와 밀을 돌아가면서 재배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고 소비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마켓도 만들어보려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바름은 각 조합장마다 업무분담이 잘 돼 있어 종일 한 분야에서 그것만 연구하다 보니 각자의 역할에 더 충실하게 되고 저도 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더 고민하고 연구하게 된다”며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 다투기도 하지만 소통하며 이해한다. 조합원이지만 가족처럼 약 50명 정도가 함께 일하고 여행도 다니고 단합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더딜지라도 사람의 신뢰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만나는 사람 모두가 소중하고 같이 더불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내가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고 일하냐에 따라 지치지 않고 즐겁게 농사를 지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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