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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9

현장 목소리-정부에 바란다

 폭우·산불·태풍 피해 입어

 시민들 답답함 해소 안 돼

“꼭 필요한 곳에 보상되길”

“제대로 된 보호받나 의문”

 실내마스크 해제 시기상조

 폭우 충격에 트라우마 생겨

“되풀이되는 행정 그만하길”

 새해 소망 건강·물가 손꼽아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다사다난했던 임인년 한 해도 하루를 남겨 놓고 있다. 폭우와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재, 치솟는 물가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이에 본지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주민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 해 동안의 애로사항 및 새해 희망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일상 회복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독감과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하면서 시민들의 답답함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8월에는 폭우와 태풍 힌남노까지 휩쓸면서 서민들의 마음을 할퀴었다.

일부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는 등 복구에 안간힘을 쏟기도 한 지 4개월여. 이들의 삶은 얼마나 변하고 나아졌을지 본지가 살펴봤다.

가장 태풍 피해를 많이 본 포항시는 당시 태풍으로 인해 건물이 떠내려가고 자동차나 집이 침수되는 등 많은 피해를 봤다.

◆현장 상황 실질 조사 필요

경북 포항시에 사는 윤민준(가명, 50대, 남)씨는 “힌남노로 인해 지붕이 날아가고 집이 침수되고 파손됐다”며 “보상을 받았지만 침수된 부분만 보상받아서 집을 수리하는 데 많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집도 반파 이상 거주할 수 없는 상태가 돼야 보상이 된다고 해 현실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바람이 불어 지붕이 날아가고 부서졌는데 물이 들어와야만 보상된다니, 비가 와서 침수피해를 본 집은 물이 직접 침수한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행정을 지적했다. 또 “이럴 줄 알았으면 ‘비 올 때 사진을 다 찍어뒀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도 바람이 불거나 비가 많이 오면 불안하다. 심리적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앞으로 행정기관에서 현장 상황을 실질적으로 조사해 보상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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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낮에도 영하권 추위를 보인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9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그만

서울시도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노송이(30대, 여)씨는 “반지하에 사람이 갇혔다고 살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나왔는데 반지하에 살아서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물이 빠지지 않아서 생긴 사고지 않냐”며 “사고의 원인을 파악해 원인을 제거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지구 온난화로 태풍이나 폭우가 갈수록 빈도수가 많아지고 더 강력해지는 것 같다”며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대책도 세워 다시는 인명피해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이건호(가명, 50대, 남)씨는 “매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정부가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에 사는 김윤선(40대, 남)씨는 “자연재해를 겪을 때마다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고를 당하는 게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그렇게 안일할까”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사명감으로 일 잘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장마 피해 벌써부터 걱정

인천시 저지대나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의 주택 피해도 컸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 상습 피해 지역의 주민들의 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벌써부터 다가올 장마를 걱정하고 있다.

인천 중구 운북동 일대에 사는 황광남(50대, 남)씨는 “부인이 작년과 올해 연달아 주택이 침수돼 피해를 봤다고 했다”며 “요즘도 배가 내리는 날이면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못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를 앞둔 상황에 아무 대책도 보이지 않아 내년 장마철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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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9

◆코로나19 정보 줄어 무뎌질까 걱정

3년을 넘어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언급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이연수(가명, 29, 여)씨는 “뉴스에도 코로나19 현황에 대한 소식이 많이 줄어 감염병에 대해 무뎌진 것 아닌가 걱정된다”며 “실내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내년에는 정말 감염병이 누그러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연(26, 여)씨는 새해 소망에 대해 ‘건강회복’을 꼽으며 “올해도 건강회복을 계획했지만 제대로 실천을 못 했다. 내년에는 꼭 운동도 하고 끼니도 잘 챙겨 건강 챙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피해 지역 컨테이너에 살고 있어

강원도는 산불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봤다. 당시 김지예(가명, 50대)씨의 부모도 화재 현장 인근에 살았다. 김씨의 부모는 갑자기 튀는 불똥으로 순식간에 집을 잃어 깜깜한 연기 속에 어떻게 도망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김씨는 “화재로 전소된 집터를 청소하고 그 위에 제공해 준 컨테이너에서 살고 계신다”며 “생활하는 부모님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집을 짓기에는 부족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만 하신 분들이 터전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살뜰히 도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화재 이후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신다. 친정 아버님은 충격으로 빨간 불빛만 봐도 가슴이 떨린다고 하니 부모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으면 하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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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전주=김동현 기자]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의 남부시장 모습.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2.12.29

◆전통시장, 물가 올라 힘들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지만 그래도 연말이니만큼 시장 분위기는 어떨지 살펴봤다.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양동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복현(가명, 50대)씨는 “순대와 김밥을 재룟값만 받고 있는데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 애로사항이 많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똑같이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인건비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남 목포 동부시장 입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현숙(가명, 70대)씨는 “채소가 많이 올랐는데 손님들은 많이 달라고만 하니까 힘들다”며 “추운 날씨에 고생만 하고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애로사항을 말했다. 임명숙(53, 여)씨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니 평범한 시민들만 피해보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새해에는 물가를 좀 안정시켜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강한 바람에 눈이 내린 탓인지 전남 담양군의 재래시장도 분위기가 썰렁했다.

채소 모종을 판매하는 한 어르신은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물가도 올라 쉽지 않지만 그래도 힘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 육거리 시장도 우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김숙희(가명, 50대)씨는 “물가도 올랐지만 심적으로 너무 흉흉했던 한 해였다”며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코로나19도 그렇고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기쁜 소식 하나 없고 비극적인 소식만 들린 한해였던 것 같다”며 “새해에는 조금 더 나아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에 물가까지 올라 문 닫는 가게도 많다”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지만 자재비는 자재비대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그나마 전통시장 살리기를 하고 있지만 상품권이나 사업을 할 때 잠깐 몰렸다가 시기가 지나면 또 똑같아 정작 바뀌어야 할 부분은 변하지 않고 매번 똑같은 상황만 되풀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전북 전주시의 남부시장도 한파와 함께 얼어붙은 듯 한산했다.

남부시장 천변 주차장 옆 둑 위에서 장사하는 오순옥(83, 여)씨는 “이곳에서 53년 동안 장사해서 아들 하나와 딸 다섯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까지 시켰다”며 “지금 장사한다면 애들 못 가르친다. 장사가 그만큼 안 된다”고 착잡해했다.

시장 인근 다리의 사거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전명숙(56, 여)씨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인터넷으로 시켜 먹지 시장에는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저녁 5시만 되면 시장과 식당에 사람이 없어 캄캄하다”며 “20년을 장사했지만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새해에는 잘 될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이젠 그 기대감도 놨다”며 “새해에는 더 힘들어진다고 하니 지금처럼 현상 유지만이라도 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또 “새해에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건 단지 희망사항일 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저녁 7시 즈음이 되자 남부시장에는 일부 식당을 제외하고 거리와 가게에 불이 모두 꺼져 캄캄했다. 차디찬 겨울바람 마냥 시장 상인들의 어둡고 휑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비치는 가게 불빛에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희망을 품어 본다.

(김미정, 이미애, 류지민, 노희주, 이진희, 김동현, 천성현, 오계향, 이현복, 송해인, 인천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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