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수집 집게 트럭서 난 불

플라스틱 재질 벽으로 옮겨붙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덮쳤다”

차량 버리고 후진하고 ‘아수라장’

800m 터널 내 소실 차량 45대

[천지일보=김한솔·최혜인·홍보영  기자] “터널을 덮고 있던 플라스틱이 불에 활활 타면서 불길이 도미노처럼 엄청난 속도로 덮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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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제공: 소방청) ⓒ천지일보 2022.12.29

29일 오후 큰불이 발생해 4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 이곳 고속도로는 화재가 발생하자 운전자들이 차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황급히 후진해 터널 밖으로 빠져나가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취재진이 도착한 현장은 교통경찰들이 터널 입구를 통제하면서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터널 앞에는 응급차뿐 아니라 줄지어 기다리는 견인차들이 이곳이 사고 현장이란 것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매케한 냄새와 함께 ‘화재조사’가 써진 조끼와 까맣게 재로 덮인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방독면을 쓰고 있던 소방대원들은 취재진 질문에 답할 겨를도 없이 현장을 수습하기에 바빴다.

터널 내부에는 불에 시커멓게 타버린 사고 차량들이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었다. 유리창이며 헤드라이트 등이 불에 녹아 철재만 앙상히 남은 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급하게 방향을 틀어 나가려는 듯 벽 쪽으로 향해있던 차량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처박혀 있는 차들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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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9

당시 화마가 덮친 현장을 다행히 빠져나온 차들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덮쳐오는 불길 속에서 차에 갇힌 채 참변을 당한 차들도 많았다. 그렇게 소실된 차량만 45대에 달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모두 차량 내에서 발견됐다. 승용차 2대에서 각 1명, 또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SUV 차량 1대에서 1명 등 모두 5명이다. 부상자들은 얼굴 화상 등 중상 3명, 연기흡입 등 경상 34명으로 파악됐다.

화재는 이날 오후 1시 49분께 발생했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폐기물을 수집하는 집게 트럭이다. 불은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은 뒤 급속히 확산됐다. 이로 인해 터널 양옆으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체 길이가 800여m 규모의 터널 중 수백m 구간이 삽시간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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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차량을 살피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화재 직후 소방당국에는 119 신고가 200여건 넘게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30여분 만인 오후 2시 22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소방대는 펌프차 등 장비 94대와 소방관 등 인력 219명, 그리고 소방헬기를 동원해 1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3시 18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이어 불이 난 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

현재 경찰은 폐기물 수집용 집게 트럭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해당 트럭에 대해 감식을 진행하고 피해자 신원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폴리카보네이트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 소재이긴 하지만, ‘불연’은 아녀서 강한 열이 오래 가해지면 타오를 수밖에 없는 재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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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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