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불체포특권 뒤에 노 의원을 겹겹이 감싸줬다”며 “대한민국 정치 역사를 다시금 과거로 회귀시킨 무책임한 행태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게 다가올지 모를 그날을 위해 부결 예행연습이라도 한 모양”이라며 “방탄 정당, 방탄 의원을 자처하더니 이제는 국회마저 비리 의원 보호 수단인 ‘방탄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시대착오적인 특권의식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망치고 있다”며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와 불체포특권 폐지를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본회의에서 수사의 증거들을 상세히 나열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 “오늘 국회 본회의에 검찰 수사팀장으로 섰느냐”고 맹비난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보고하고 국회의원들의 투표에 판단을 맡겨야 했지만, 검찰 수사팀장의 수사 결과 브리핑을 보는 듯했다”며 “한 장관의 발언은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한 것 자체가 비겁하다.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불체포특권은 특수한 직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를 당하지 않는 특권을 일컫는 말이다. 체포뿐만 아니라 구속도 되지 않는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국회가 동의하지 않는 한 체포되지 않으며, 회기 이전에 체포된 국회의원은 회기가 열렸을 때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된다. 회기는 개회 시부터 폐회 시까지로, 휴회를 포함한다.  불체포특권은 역사가 꽤 오래된 제도다. 17세기 영국의 제임스1세가 의원을 체포, 구금해 의회를 무산시키려 했고, 이 사건 이후 의회는 ‘의회특권법’을 제정해 의원을 임의로 체포, 구금할 수 없도록 했다. 불체포 특권은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이다. 행정부에서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사용하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번 노웅래 의원의 경우이다. 범죄혐의자를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불체포특권을 누리게 한다면 이는 공정과 상식의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다. 서슬퍼런 권위주의 시대에는 야당 보호장치로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비리 방패막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노웅래 의원의 불체포 동의안은 이를 확인해줄 뿐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정쟁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폐지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는 고대 시대 범죄자가 피신해도 잡지 못하는 ‘소도(蘇塗)’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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